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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불황 모르는 중국 중산층, '쇼핑 식탐' 계속된다
임금 상승으로 소비력 건재…여가·온라인·서비스 분야 매출확대 전망
2016-02-28 12:00:00 2016-02-28 12:00:00
중국인들은 전 세계 소비시장의 큰 손이다. 포춘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소비자들이 전 세계에서 구매한 명품은 약 1168억달러 규모였다. 전 세계 명품 소비의 46%를 중국인이 차지한 것이다. 해외여행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것도 중국인이다. 유엔세계여행기구(UNWTO)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중국인들은 해외여행에서 1649억달러를 썼다. 1108억달러로 2위를 기록한 미국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여권을 가지고 있는 중국 인구가 전체의 6%가 안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소비 규모다.
 
이토록 거대한 중국 소비의 중심에는 중산층이 있다. 크레딧스위스는 지난해 연소득이 5만~50만달러인 중국 중산층 인구는 1억900만명으로 9200만명인 미국을 앞질렀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의 중산층이 중국을 넘어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중국 하이난성의 하이탕베이 면세점의 명품관에서 중국인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신화
 
중국의 중산층은 느려지는 경제성장 속에서도 변함없는 소비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107로 직전분기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인 6.9%를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예상 밖의 결과다. 전 세계 평균 97보다도 10포인트나 높았다. 소비자신뢰지수가 100을 넘으면 앞으로의 소비 전망이 긍정적,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중국 증시 폭락과 위안화 가치 하락 등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이 실제 소비시장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방화벽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은 '임금 및 소득 상승'이다. 중국의 1인당 소득은 지난 2010년 이후 평균 11% 증가했다. 경제성장 둔화의 영향으로 앞으로는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도 느려지겠지만 2020년까지 9%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이 저임금 제조업에서 서비스 및 고부가가치·첨단산업으로 산업구조 개혁을 추진하면서 임금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이 2020년을 목표로 삼은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 역시 소득 상승에 힘을 싣고 있다. 샤오캉은 의식주 걱정을 하지 않는 중산층의 삶을 말한다.
 
닐슨의 조사에서도 현재 중국인들은 직업 안정성보다는 건강이나 일과 삶의 균형 등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집어 보면 아직까지는 직업 안정성에는 큰 걱정이 없다는 얘기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증시폭락 이후 중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는 '주식시장 폭락 때문에 소비를 조정하겠다'는 응답자는 7%, '부진한 부동산경기 때문에 소비를 조정하겠다'는 응답자는 8%가 채 안됐다. 반면 35%의 응답자들은 임금 등 다른 요소가 소비에 더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점들을 두고 골드만삭스와 BCG 등은 한 목소리로 중국에서 거시경제에 휘둘리지 않는 새로운 소비층이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 중산층' 성장하며 여가소비 증가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중국의 새로운 소비계층의 부상'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중산층의 소비를 집중 분석한 바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중산층은 전체 인구의 11% 정도에 불과하다"면서도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소비자를 구매력에 따라 ▲최상위층(movers & shakers) ▲도시 중산층(urban middle) ▲도시 대중(urban mass) ▲지방 노동자(rural workers) 등 4부문으로 나눴다.
 
우선 최상위층은 연평균 소득이 50만달러 이상으로 이미 중국 내 소비 트렌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도시 중산층은 연평균 1만1733달러 정도를 버는 집단으로 좁은 의미의 중산층으로도 볼 수 있다. 절반 정도가 공무원으로 국가 정책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도시 대중은 도시에서 일하는 블루칼라 노동자와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 등으로 연평균 소득은 6000달러에 약간 미치지 못한다. 마지막 지방 노동자는 중국 인구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연소득은 2000달러 정도다.
 
이 중에서 골드만삭스가 주목한 집단은 도시 중산층과 도시 대중으로 이들은 넓은 범위의 중산층이다. 도시 중산층은 안정적인 직업과 소득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도시 대중은 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가장 큰 집단인 동시에 인구도 가장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집단이다.
 
중산층의 소비여력이 가장 크게 증가할 수 있는 분야에는 '여가'가 꼽혔다. 중국인과 미국인의 소비패턴을 분석해보면 중국인이 여가에 사용한 돈은 전체의 9.2%였지만 미국인은 17.3%에 달했다. 중국인의 소득이 증가하면 여행과 문화, 외식 등 여가생활에 사용하는 돈이 증가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 배경이다. 다만 두 계층의 소비성향은 일부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여행의 경우 도시 중산층은 해외여행을, 도시 대중은 국내 여행을 주로 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외식의 경우 도시 대중에게는 가격 적정성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상위 중산층, 온라인·서비스 소비에 집중
 
BCG는 중국 중산층 중에서도 '상위 중산층(upper-middle class)'에 집중했다. 최근 중국 알리바바 산하 리서치기관인 알리리서치와 함께 발간한 '뉴 차이나 플레이북'에서 "상위 중산층과 부유층이 증가하면서 중국 소비시장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BCG는 중국 경제가 정부 목표치(6.5%)보다 낮은 연 5.5% 성장에 그치더라도 소비시장은 현재보다 50% 이상 성장해 2020년이면 6조50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새롭게 증가하는 소비의 81%가 상위 중산층에게서 발생할 것으로 봤다.
 
2020년 전 세계 주요국 명목민간소비 규모 전망. 짙은 부분은 2015년 현재 소비 규모고 옅은 부분은 2015~2020년 사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다. 중국의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은 5.5%로 가정했다. 자료/보스턴컨설팅그룹
 
BCG가 말하는 상위 중산층은 연간 가처분소득이 2만4000달러 초과 4만5000달러 이하인 집단이다. 2020년이면 이들 가구수는 현재의 두배인 1억가구에 육박하며 전체 도시 가구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비중은 17% 수준이다. 씀씀이도 크게 커져 상위 중산층과 부유층이 중국 도시지역 전체 소비의 절반 이상인 5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평균 17%씩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인데 2020년이면 이들 집단의 소비가 1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상위 중산층 인구는 특정 도시에 집중되기 보다는 여러 도시에 골고루 분포될 것으로 예상됐다. 상위 중산층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 도시만 2000여곳에 달한다. 이미 부유층이 많이 모여있는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1급(tier1) 도시의 경우 상위 중산층과 부유층이 앞으로 5년간 10% 정도 증가해 3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증가 속도는 작은 도시에서 더 빠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4급 이하의 도시에서 새로운 상위 중산층의 절반 이상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됐다.
 
이들의 소비는 온라인과 서비스 분야에 집중될 전망이다. 온라인 전자상거래는 오프라인에서 구매하기 힘든 다양한 프리미엄 상품을 제공하며 중산층을 사로잡고 있다. 실제로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쇼핑몰인 타오바오의 실적을 보면 유기농 제품이나 수입 식·음료에 대한 온라인 소비는 지난 3년간 8배나 급증했다. 구매가 많이 이뤄진 유기농 유아식이나 쌀, 차 같은 품목들은 지역 상점에는 사기 힘든 것 들이다. BCG는 "기업들이 중국 상위 중산층 80%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최소 430개 도시에서 활동할 필요가 있다"며 "(대안으로) 온라인이 사업 확장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분야에 대한 소비는 2020년까지 연간 11%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예상대로라면 서비스 분야는 전체 도시지역 소비 성장에 51%를 기여하게 된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소득이 늘어날수록 교육이나 문화, 여가 등 서비스 분야 소비를 크게 늘리고 있다. 상위 중산층의 소득은 바로 아래 등급인 신흥 중산층에 비해 2.5배 정도 많은데 서비스 분야에 쓰는 돈은 3.3배나 많았다. 더 나은 삶,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욕구가 서비스 분야 소비로 이어진 것이다.
 
BCG는 이 밖에도 신흥 중산층과 그 아래 중간 계층의 소비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현재 전체의 48%인 이들의 소비 비중은 2020년에는 39%로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중간층으로 새로 편입되면서 인구 자체는 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BCG는 "(신흥 중산층과 중간 계층은)도시 가구의 절반을 차지하며 많은 분야에서 최대 소비층이 될 수 있다"며 "무시하기에는 여전히 너무 거대한 집단"이라고 지적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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