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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흔드는 필리버스터…더민주·정의당 지지 상승
긴장한 새누리 지도부 피켓시위까지 벌여…야당 비난 외 뾰족수 못 찾아
야권연대 촉매 역할 할 수도…국민의당 지지율은 하락세
2016-02-25 16:09:17 2016-02-25 16:12:40
정부·여당의 테러방지법 밀어붙이기에 맞서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보는 국민 여론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당의 역공에 허를 찔린 새누리당은 불리한 여론을 차단하고 출구를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야당 때리기 말고는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25일 최고위원회의를 시작으로 이날 오전을 필리버스터를 비판하기 위한 일정으로 촘촘하게 채웠다. 지도부는 최고위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필리버스터를 규탄하기 위한 피켓시위까지 벌였고, 곧 이어 1시간 가량 원유철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야당에 대한 여당의 비판은 대부분 필리버스터가 총선을 위한 ‘선거용’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국회 본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예비후보들 얼굴 알리기 총선 이벤트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8시간이냐, 10시간이냐, 오래버티기 신기록 갱신대회로 관심을 끌고 이름을 알리면서 포털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휩쓸고 있으니 이들의 선거운동은 성공한 듯하다”고 비꼬았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정신 나간 무제한 토론으로 인해 민의의 전당인 국회 본회의장이 야당 의원들의 기록갱신장으로 변질되고, 야권용 선거운동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국회법 102조는 의제 외 발언을 금지하는데, 이 규정을 따르면 야당 의원 일부는 버젓이 국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정의화 국회의장이나 정갑윤 부의장은 국회법을 위반한 발언자에 대해서는 즉각 퇴장 조치시켜 국회 질서 바로잡아 달라”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가 피켓시위까지 벌인 것은 자신들에게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지지 여론이 확산되고 야당 정치인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정국을 풀기 위해 정의화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야는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26일로 예정된 선거구 획정안 처리가 불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이후 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다. 리얼미터 정당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민주 지지율은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23일에 26.8%로 전날 대비 2.5%포인트 올랐고, 24일에도 27.8%까지 올랐다. 정의당 지지율도 22~24일 2.4%포인트 오르며 5.9%를 기록했다.
 
필리버스터가 연일 화제에 오르면서 더민주의 김광진, 은수미 의원과 정의당 박원석 의원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들의 이름은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상위권을 오르내렸다. 특히 지난 24일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김광진 힘내라’는 말이 올라올 정도로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의원들에 대한 응원도 이어졌다.
 
국민의당은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여야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제3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25일 최고위회의에서도 더민주의 필리버스터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하는데 집중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지금이라도 여야가 다시 대화하고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이후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최고위에 들어오면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22일에는 지난주 대비 2.2%포인트 상승한 13.9%를 기록했지만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23일에는 11.6%로 2.3%포인트 하락했고, 24일에는 10.7%로 더 내려갔다.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필리버스터가 야권연대를 위한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낸 더민주에 대해 “제1야당의 마땅한 결정”이라며 옹호했고,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도 “야권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국민의당과 정의당 의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여전히 ‘야권연대 불가’ 입장이다.
 
최용민·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이 25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정의당 김제남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야당의 테러방지법 의결 저지 필리버스터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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