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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박선영 교수 "정치에도 향기가 있어야 한다"
"정치인들, 이미지 메이킹 방식 바꾸는 변화 무서워 해"
"항상 국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2016-02-10 10:40:09 2016-02-10 15:48:12
“정치에도 향(香)이 있어야 한다.”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인 박선영 국제대학교 뷰티디자인계열 교수는 상당히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뷰티와 메이크업을 전문으로 활동을 하다가 각종 저서를 내며 작가로도 이름을 올렸고, 각종 칼럼과 논문을 통해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여갔다. 그런 와중에 15년 전부터는 정치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그가 정치권에서 하는 역할은 ‘이미지 메이킹’이다. 정치인들과 정치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유권자들에게 최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외모뿐 아니라 정치인들의 사진 촬영과 화술, 제스처까지 포함된다. 박 교수는 이 과정에서 외모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정치인들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오랜 기간 해왔다.
 
박 교수는 정치인들의 이미지 형성을 도우면서 “정치에도 향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정치인들과 정치 후보자들은 이미 많은 컨설팅을 통해서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향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하면서 의정활동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내고, 국민들은 ‘이 정치인만의 특색 있는 향기’를 맡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 박선영 교수
 
정치인 이미지 메이킹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메이크업 분야 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잡지와 광고, 카탈로그 촬영을 하며 함께 일했던 잡지사 기자와 사진작가의 추천으로 정치에 발을 담게 됐다. 그렇게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뒤 15년 정도 일을 했다." 
 
현대 정치 영역에서 정치인의 이미지는 대국민홍보에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정치 현실의 변화로 미디어에 등장하는 정치 후보자 및 정치인의 용모나 복장 등 외모가 갈수록 중요시 되고 있다. 이 같은 이미지가 선거의 당락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각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의식을 하게 되면서 '이미지 선거'라 불리는 선거 전술이 중요해졌다. 실제로 현대 정치에서 이미지의 영향력은 점차 커져 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첫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고, 이것은 바뀌기 어렵기 때문에 첫 이미지를 호감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 정치의 '이미지 메이킹'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는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SNS의 영향력도 강하다. 예전 같으면 나이가 많은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것에 힘을 썼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의 확산과 SNS 사용이 늘어나면서 '소셜 마케팅'으로 불리는 작업이 중요해졌다. 소셜 마케팅은 실시간으로 빠르게 반응을 확인하고 수정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 쪽에서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한 사람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작업은 상당히 까다롭다. 또 한 번 형성된 이미지는 잘 바뀌지도 않는다. '불신'으로 가득 찬 한국 정치가 지향해야 할 이미지는. 
"사람의 이미지는 한 번 형성되면 바뀌기 힘들다. 이것은 정치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이미지가 해당된다. 만일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유권자들로부터 비호감적인 이미지를 얻게 된다면 그 후보자는 선거에 패한 후 다음 선거에 출마하더라도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유권자, 즉 청중을 분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면서 이를 통해 나온 결과를 분석해야 한다. 외모에도 물론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싶다면 항상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연구논문에 '여성정치인의 외적이미지 지각 실태와 기대이미지 연구'라는 논문이 있다. 이 같은 연구가 나올 정도로 여성 정치인들의 영향력도 높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이들이 '너무 외모에만 신경 쓰는 것 아니냐'며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외모가 점차 중요해지면서 소위 '얼짱' 여성 정치인들의 방송 노출 빈도도 높아졌다. 이는 정당 입장에서 봤을 때도 소위 '그림이 되기' 때문에 가능했다. 예컨대 나경원 의원은 정치인 중 뛰어난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3월 당시 중국 외교부 소속 류젠차오 부장조리가 나 전 의원과의 면담에서 '미인이어서 중국에서도 (나 의원의) 인기가 많다'고 말하면서 일부에서 듣기에 따라 외교적 결례로 해석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뛰어난 외모가 선거 당선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정활동보다 외모에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능력과 존재감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물론 관리를 잘 받아 깔끔하거나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외모의 정치 후보자는 선거에서의 당선과 초선 의원 때 인지도를 높이는 데 외모의 도움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의정활동 성과가 이에 가려 주목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외모는 사실상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유권자들도 외모만 보고 표를 주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진정성과 함께 후보자 시절 강조했었던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다." 
 
외국 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 성공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
 
"1960년 9월 26일 미국 시카고 CBS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미국 최초의 대선후보 TV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를 통해 부통령 출신의 리처드 닉슨 대신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졌던 정치인인 존 F. 케네디가 미국인들에게 호의적인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고, 이는 향후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케네디가 당선되는 것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후 TV는 정치운동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겨졌다. 
당시 토론에서 닉슨이 케네디보다 말을 못한 것이 아니다. '말을 못하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선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외모적으로도 닉슨은 회색 양복에 색깔 없는 음색으로 늙고 초췌한 이미지를 남겼다. 반면 케네디는 짙은 감청색 양복을 입고 세련된 머리 모양을 했다. 미소와 제스처를 적절히 사용해 젊고 자신감 있게 보였다. 여러 차례 토론 끝에 결국 국민들은 케네디의 손을 들어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의 대가일 뿐 아니라 패션의 대가이기도 하다. 때문에 비언어적 효과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정치인으로 꼽히고 있다. 2008년 대통령에 당선된 날 그와 그의 가족은 검은색과 빨간색을 이용한 패션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신은 검은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부인은 검은색과 빨간색이 조화된 드레스를 입었다. 또 큰 딸은 빨간색, 작은 딸은 검은색 드레스를 입었다. 대통령 가족이 통일된 색상으로 조화로운 옷을 입으면서 그들은 화목한 가정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화로운 모습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가족들의 패션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제 20대 총선 시즌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과거 정치인들의 이미지 선거와 현재의 이미지 선거를 비교한다면.
 "예전에는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내세우는 데 힘썼다. 양로원을 가거나 재래시장, 놀이터 등을 방문하는 전형적인 정치인들의 홍보였다. 그런데 지금도 선거철만 되면 똑같지 않나. 
정치인들은 바꾸질 않는다. 변화를 무서워한다. 정치인이나 정당과 홍보를 하는 사람들도 바꾸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모두 필요성에는 인식하고 있지만 결국 지금까지 검증됐다고 생각하는 가장 안정적인 홍보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인식은 바뀌고 있지만 이미지 메이킹과 홍보 방식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최근에도 인상 깊었던 정치인들의 이미지 메이킹 사례도 본 적이 없었다."
 
 
20대 총선에 나서는 정치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정치인들과 후보자들은 많은 컨설팅을 통해서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정치에도 향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민들의 세금을 받는 사람들이 당선이 된 후에 변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항상 아쉬웠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만의 특징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하면서 의정활동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내고, 국민들은 ‘이 정치인만의 특색 있는 향기’를 맡을 수 있어야 한다."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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