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을 위한 중재안을 내놨지만 여야가 모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의장과의 면담 후 "우리는 의장님의 중재안을 존중하고 야당이 긍정적으로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운영위를 열어 중재안을 적극 검토해 처리할 생각이 있다"며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 원내대표는 "야당이 중재안마저 시비를 붙이거나 처리를 못 하게 방해하면 이대로 갈 수는 없다. 식물국회로 가는 것은 직무유기로 그때는 권성동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의 개정안은 국회의장의 심사기일지정(직권상정) 요건에 '재적의원 과반수가 요구하는 경우'를 추가하고, 상임위원회 재적 3/5 이상의 의결이 필요한 신속처리대상 안건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본회의 상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다수당 독재법'이라며 신속처리대상 안건의 처리 시한을 현행 최대 330일에서 75일로 단축하고, 법사위 안건 심사에 시한을 두는 방식의 중재안을 내놨다.
정 의장은 전날 여야 국회의원에게 이같은 국회법 개정안 중재안을 설명하는 친전을 보내며 협력을 당부했다.
하지만 원 원내대표는 같은 날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서명을 보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권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무게를 두는 동시에, 정 의장의 중재안이 발의됐을 경우 야당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에 대한 고민이 고려된 것이다.
만약 중재안이 발의되고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로 회부되면 야당은 해당 안건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재적위원 1/3 이상의 요구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원회는 90일 동안 여야 동수로 운영되는데 의결 요건이 2/3 이상의 찬성이어서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수용할 수는 없지만 운영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야당은 국회법 개정을 논의하더라도 예산안과 예산안 부수법률안 자동부의 조항 등도 함께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며 4월 총선 결과와 국회법 개정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 원내대표는 정 의장의 중재안과 새누리당 안의 절충 가능성도 열어 놓으며 야당에 설득을 시도하고 있다. 절충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일단 본회의 부의 상태인 새누리당의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해야 하며,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가미된 수정동의안을 표결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국회의장 입장에서는 야당과의 합의 없이 새누리당의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시키는 부담과 더불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수정안을 부결시키고 자체 안을 통과시킬 위험성도 있어 이에 대한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법 개정안 중재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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