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제도를 악용해 진료비를 부풀리거나 진료기록부를 조작하는 수법의 보험사기로 실손보험금을 부당청구토록 한 병원 36곳이 적발됐다. 그러나 부당 지급된 보험금을 추징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 보험사기 때문에 올라간 보험료가 내려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의료기관이 환자·보험설계사·브로커와 공모해 허위·과잉 진료를 진행하고 실손의료보험금을 부당하게 편취하는 보험사기 혐의에 대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기획조사를 진행한 결과 병원 36곳이 적발됐다고 21일 밝혔다.
실손보험은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계약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에 따라 운영상 어려움에 처한 일부 소형병원과 환자·브로커가 벌이는 보험사기도 함께 늘었다. 실손보험 보유계약건수는 지난 2011년 2662만3000건에서 지난해 상반기 3150만6000건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손해율도 109.9%에서 124.2%로 꾸준히 증가하면서 보험료 상승 등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기는 보험설계사, 병원 종사자 등 브로커가 환자에게 접근해 진료내역 조작이 가능한 병원 소개하거나 병원이 직접 '실손보험 적용으로 비용부담 0'이라는 허위광고 행위로 환자를 현혹하는 방식이 쓰였다. 병원은 환자를 유치해 돈을 벌고, 브로커는 환자 소개비를 받고, 환자는 보험금을 타내는 것이다.
적발 유형별로 보면 '치료횟수 및 금액 부풀리기' 수법이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적발된 병원들은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를 소개비용을 들여 유치한 후 고액의 시술 또는 약물치료 횟수·금액 등을 실제보다 부풀린 진료비 영수증을 환자에게 발급했다. 환자들은 이런 영수증을 바탕으로 보험금을 타냈다.
시력·자세 교정 등 외모개선 목적의 치료는 실손보험이 보장하고 있지 않지만, 이를 치료 목적으로 진단병명을 조작해 보험금을 타내도록 한 사례도 7건 적발됐다.
건강·미용목적 시술을 조작한 사례도 6건이 드러났다. 적발된 병원들은 실손보험 보장 대상이 아닌 데다 보건당국이 금지시술 행위로 규정하고있는 신데렐라주사, 걸그룹주사 등 피부미용이나 체지방 감소 관련 시술을 질병 또는 상해사고에 따르는 다른 치료를 시행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조작했다. 이밖에 고가의 미승인 의료기술을 실손보장되는 치료행위로 조작한 사례도 5건 나타났다. 실손보험이 없어도 가족 등 다른 보험계약자 명의로 보장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수법도 나왔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병원과 브로커, 환자의 혐의내용을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수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재판을 거쳐 이들의 보험사기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벌금, 영업정지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다만, 부당 지급된 보험금을 추징하는 것이 어려워 이로 인한 보험료 상승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준호 금감원 보험조사국장은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 대부분은 추징 대상이 되는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등을 타인 명의로 분산시켜 부당지급된 보험금 추징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올라간 보험료에 이번 적발 사례가 적용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치료횟수 및 금액 부풀리기' 수법의 보험사기.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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