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펀드 실효성 '논란'…임종룡 "주택정책으로 할일"
주택 현실 반영 못한 책임 국토부로 미뤄
"욕 먹을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2016-01-19 10:40:45 2016-01-19 10:41:13
금융위원회가 올해 내놓을 예정인 '전세 보증금 투자풀(pool)'이 전·월세 시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택정책으로 할 일"이라며 논란을 회피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18일 열린 '금융개혁 홍보 시사회'에서 "전세금이 오른 만큼 월세로 전환하고 보면, 사실상 수중에 돌아오는 돈(보증금)은 없는 게 현실"이라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그것은 그야말로 주택정책 사항이다. 임대주택, 뉴스테이 같은 주택정책으로 할 일"이라고 답했다. 임 위원장은 이어 "금융 사이드에서 뭘 할 것이냐는 고민은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세 보증금 투자풀은 세 들어 사는 임차인이 전세에서 반전세·월세로 전환해 돌려받은 보증금을 투자풀에 맡기면 최소 시중예금 금리 이상에서 최대 4%대 수익을 돌려주는 일종의 펀드상품이다. 금융위는 지난 14일 '2016년 대통령 제1차 업무보고'에서 전세 보증금 투자풀 등을 연내 선보여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얼핏 보면 주택시장 변화에 대응해 전-월세 전환에 따라 발생한 보증금으로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한 듯하다. 실제로 전체 임차가구 중 월세·보증부 월세 비중은 지난 2008년 45.0%에서 2014년 55.0%로 급증했다. 
 
하지만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돌려받을 보증금이 있을지 의문이고, 집 없는 임차인이 월세 전환에 따라 돌려받은 보증금을 집이 아닌 곳에 투자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작년 12월 서울 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3억78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5936만원이나 올랐다.
 
이런 까닭에 전세 보증금 투자풀의 수혜자는 고가 주택을 전세로 이용하고 있는 부유층이나 해당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는 이 정책이 전세의 월세 전환을 촉진해 집 없는 서민에게 월세 부담을 추가로 안기면서 집주인의 월세 수익 향상을 도와주게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임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투자는커녕 전셋값 상승 탓에 추가 대출을 고민하는 임차인이 많은 현실을 외면하고 관련 논란을 국토교통부 소관으로 미뤄버린 모양새가 됐다.
 
임 위원장은 이 정책을 올해 금융위의 주요 정책 중 하나로 박근혜 대통령에 보고했으나 "운용 주체는 민간운용사다. 아이디어는 담당 사무관한테 나왔다. 단지 프로포절(제안)을 하는 것 뿐"이라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그는 "강제로 드는 것이 아니고,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도 아니며, 확정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런 돈을 어디다 굴려야 할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하나의 투자방법을 제안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아이디어를 낸 계기는 실제 업무 담당하는 사무관한테 나온 것"이라며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돈이 들어왔는데 이걸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민이 됐다고 해서 이런 사람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펀드를 만들면 더 안심하고 굴릴 수 있지 않겠나. 절박한 수요에 의해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욕먹을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 있으면 정부가 하려고 애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금융개혁 홍보시사회에서 핀테크 홍보대사 배우 임시완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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