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홍채이색증으로 한쪽 눈이 파란 환희(유승호 분)는 어릴 때 버려진 후 청나라 마술사 귀몰(곽도원 분)에게 환술을 배운다. 우연히 여자아이들의 목숨을 마술 도구로 사용하고, 눈이 보이지 않는 누나 보음(조윤희 분)도 성노리개로 이용하는 귀몰의 잔혹함을 본 환희는 마술공연을 망치고 그를 배신한다. 귀몰은 환희 때문에 관군에게 붙잡히고 복수심을 키운다.
환희는 조선 평안도 의주 '물랑루'라는 유곽에서 마술 공연을 펼치며 살아가지만 옛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루하루를 견디기 힘들어하며, 기생의 품에 안겨 술과 약에 빠진다. 희망없이 살아가던 차에 우연치 않게 청명(고아라 분)을 만난다.
영화 '조선마술사' 유승호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청명은 3대째 벼슬에 오르지 못한 종친 가문의 여식이다. 청나라가 왕자의 첩으로 조선의 공주를 요구하자 조선은 청명을 가짜 공주로 앉힌다. 부모와 나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되고, 주위에서 자신을 험담하는 소리를 듣지만 어떤 내색도 하지 못한다. 위태로운 마음이 가득해 낭떠러지로 발을 내딛을까 고민하던 차에 환희를 만난다.
위태위태한 심리를 갖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끌린다. 언제 아픔이 있었냐는 듯 성격도 활발히 바뀐다. 두 사람은 강가와 수목이 펼쳐진 아름다운 조선에서 만화 같은 사랑을 이뤄간다. 한편 의주에 온 귀몰은 환희와 보음에게 복수하기 위해 청명의 호위무사인 안동휘(이경영 분)에게 원한이 있는 의주 사또(손병호 분)와 손을 잡고 음모를 꾸민다.
영화 '조선마술사' 고아라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아름다운 절경을 비추는 데 포커스를 맞춘다. 임권택 감독의 조연출 시절부터 훈련해 국내의 아름다운 명소를 찾는데 일가견이 있는 김대승 감독의 비주얼은 아름답다. 그 안에서 얼굴을 비추는 유승호와 고아라 역시 예쁘다. 두 사람의 얼굴이 담긴 스크린은 관객들에게 설렘을 전달한다. 환희가 환술을 보여주는 물랑루 역시 화려하고 세련되게 표현된다. 마술을 소재로 삼은 만큼 볼거리는 충분하다.
물랑루의 살림꾼 기탁 역의 박철민과 덕후 역의 조달환은 웃음을 담당한다. 다소 수위가 있는 야한 농담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슬랩스틱 코미디도 보여준다. 환희와 청명도 사랑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소소한 웃음을 제공한다.
여러 장점이 있지만 스토리가 느슨하게 진행되고, 캐릭터에 온전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점은 눈에 띄는 단점이다. 과거의 아픔이 있는 환희와 보음에 대한 설명이 있을 뿐 주요 인물인 청명과 귀몰 등에 대해서는 설명이 불충분하다. 이 때문에 청명의 아픔이나 귀몰의 복수심이 완벽히 이해되지 않는다. 감정을 쌓는데 실패해, 하이라이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결말은 뻔히 보일 뿐 아니라 다소 유치한 느낌을 자아낸다.
영화 '조선마술사' 물랑루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군 전역 후 '조선마술사'를 선택한 유승호는 뭇 여성들의 마음을 또 한 번 훔칠 것으로 보인다. 남동생에서 남자로 변모해가는 그를 볼 수 있다. 그간 예쁘고 활기찬 성격을 보인 고아라는 자신의 장점을 십분 살린다. 다만 감정 연기가 필요한 장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곽도원과 이경영의 카리스마는 긴장감을 높이긴 하지만 구성이 미흡한 탓에 큰 빛을 보진 못한다.
호불호의 지점이 분명하지만 '조선마술사'는 '히말라야'와 '대호', '스타워즈', '내부자들:디 오리지널' 등 비교적 무거운 소재가 가득한 현 극장가에 색다른 장르라는 점에서 인기를 끌 만한 측면이 있다. 한 겨울 달콤한 설렘을 원하는 커플이 보기에 가장 적합한 영화다.
상영시간은 122분. 개봉은 12월 30일이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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