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열기가 가린 해외수주 '기근' 공포
5년간 이어온 500억달러 기록도 어려워…"내년 이후 파장 확산될 것"
입력 : 2015-12-28 08:37:17 수정 : 2015-12-28 08:37:26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화려한 주택시장 호황에 가려져있던 해외 수주 기근의 그늘이 건설업계에 우려로 확산되고 있다. 내년 상황도 녹록치 않을 거란 전망과 함께 주택 과잉공급에 따른 국내시장 침체 우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전국에 공급된 신규아파트 분양물량은 작년 같은 기간(33만854가구)에 비해 155% 늘어난 51만3249가구로 집계됐다. 200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최다 물량이다.
 
이는 지난해 9.1대책을 통해 청약제도가 개편되면서 1순위 청약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늘어난 데다 절차가 간소화됐기 때문이다. 또 같은 해 연말에는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3법까지 통과됐고, 저금리 기조와 전세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올 한 해 부동산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실제로 올해 410만명이 청약에 나서면서 평균 7.9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분양시장 호조에 건설사들도 쾌재를 불렀다. 올 들어 2만7792가구를 공급한 대우건설(047040)은 3분기에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 증가한 120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며 2만6241가구를 분양한 대림산업(000210)은 같은 기간 6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 각각 1만7660가구, 1만5452가구를 선보인 현대건설(000720)현대산업(012630)개발은 같은 기간 14.6%, 54.7% 증가한 2644억원, 870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다.
 
문제는 해외시장이다. 올 초 업계의 해외시장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었다. 국토교통부는 해외건설 진출 50주년과 누적수주액 7000억달러 달성을 앞두고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IS) 사태와 국제유가 급락으로 상황은 급반전됐다.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대대적으로 늘리면서 3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고, 오일머니로 재정을 충당하던 중동 국가들은 예정했던 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달아 취소 또는 연기했다. 이에 4년 연속 600억달러 수주는커녕 2010년부터 이어지던 500억달러 기록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해외건설종합서비스 통계를 보면 올 들어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금액은 461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660억달러)의 69%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2008년(476억달러) 이후 가장 낮은 규모. 특히 중동 지역 국가들의 발주 연기나 취소가 늘어나면서 이 지역 수주는 급감했다. 유럽(-86%)이나 아프리카(-66%)도 많이 줄었지만, 전체 해외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가 채 안 된다.
 
김형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동 국가들은 유가하락으로 재정상황이 나빠졌고 IS 테러와 내전 등으로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상태라 발주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정기총회에서 원유생산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키로 결정한데다 이란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원유 수출을 재개하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유가하락이 가속화되면 중동 산유국은 물론, 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 산유국들의 발주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발 금리 인상 역시 악재 중 하나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신흥국에 투입됐던 달러가 금리인상으로 투자가치가 상승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면,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는 급락하고 재정수지 악화로 발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예상된 금리인상이라 선반영돼 있긴 하지만, 발주처는 투자에 보수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며 "중동을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어 해외수주 기근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안이 대체시장으로 꼽히던 신흥국들의 재정수지까지 악화시켜 발주물량 감소는 물론, 국내 건설사들의 전체 수주금액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은 국내주택시장에서 벌어들인 현금이 지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해외사업으로 인한 피해는 가시화되진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그러나 내후년에는 국내주택시장에서 나오는 기성이 점차 감소하고 올해와 내년에 해당하는 해외건설수주 급감의 여파가 가시적으로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주택시장 호황으로 가려져있던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예년에 비해 한 참 모자라는 것은 물론, 내년 시장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사진은 국내 건설사가 시공한 멕시코의 한 정유플랜트.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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