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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회장 파기환송심도 실형…징역 2년 6개월(종합)
파기환송 배임…형법상 배임 적용 유죄 인정
재판부 "재벌 총수라도 죄 있으면 엄히 처벌"
2015-12-15 15:19:10 2015-12-15 15:48:53
1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이원형)는 15일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쟁점이 됐던 이 회장의 일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해 특경가법상 배임죄가 아닌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해 '유죄'로 판단했다. '배임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면 가중처벌은 불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파기환송취지를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팬 재팬(Pan Japan)이 대출금을 자력으로 변제할 능력을 갖췄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배임액을 CJ재팬이 보증채무를 진 전체 금액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배임 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득액을 기준으로 가중 처벌하는 특경가법상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고 형법상 배임죄만을 인정할 수 있다"며 "특경가법상 배임은 무죄, 형법상 배임죄만 유죄로 인정하겠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배임 혐의 외에 251억원대 특가법상 조세포탈과 115억원대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의 기속력에 따르겠다"며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CJ그룹 회장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CJ에 자신의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부서를 두고서 임직원들 명의로 주식을 양도·보유해 양도차익 및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이용해 CJ그룹의 해외 계열사 지분을 인수한 후 2011년과 2012년 총 1000만달러의 배당소득을 얻었음에도 종합소득세를 포탈하는 한편, CJ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도 총 251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세포탈 범죄는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임직원을 동원해 은밀한 방법으로 거액의 세금을 포탈해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조세징수 질서를 어지럽히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납세의식에도 악영향을 끼친 중대한 범죄"라면서 "과거의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책임을 낮게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8년~2009년 사이에 차명주식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있음에도 과세당국의 추적이 어려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과세대상 소득을 은닉하는 방법으로 역외탈세 범행을 한 사실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해외 계열사 소유 자금을 유출시켜 총 115억원을 횡령하고 자신의 개인재산 증식을 위해 일본의 빌딩 두채를 매수하면서 대출금 채무 이행을 CJ재팬으로 하여금 연대보증하게 해 액수 미상의 재산상 이득을 취하고 CJ재팬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손해를 입게 한 배임 행위는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그룹 총수인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CJ 해외 계열사들에게 손해를 입게 해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인 회사 제도의 취지를 몰락시켰다"면서 "그 중 일부 범행은 이 회장의 개인적인 소비나 개인재산 증식을 위해 저지른 것이라는 점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조세포탈범죄나 재산범죄에 있어서 포탈세액의 납무나 피해 회복은 양형상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면서도 "대규모 자산을 보유한 기업가가 범행이 발각된 후에 행한 피해 회복 조치에 양형상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해 범죄의 예방이나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업 경영의 정착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이를 결정적인 양형 요소로 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양형기준상 조세포탈로 인한 특가법 위반 부분이 가장 주된 양형 요소이고 업무상 배임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면서 "건강 문제는 원심에 이미 반영됐고 근본적으로 양형 요소라기보다는 형의 집행과 관련된 문제일 뿐이기에 이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이 회장의 건강 문제와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이 회장이 하루 빨리 경영에 복귀하는 게 경제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했다"면서도 "재벌 총수라고 하더라도 법질서를 경시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조세를 포탈하거나 재산 범죄를 저지른 경우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을 더 크게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특경가법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 유죄 부분이 감축된 점을 반영해 형을 일부 감형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은 내년 3월21일 오후 6시까지 구속집행정지 기간이라서 실형이 선고됐음에도 법정구속은 면했다. 
 
이날 이 회장은 오후 12시46분경 검은색 에쿠스 차량을 타고 법원에 도착했다. 검은색 비니와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그는 미리 준비된 휠체어를 타고 서울고등법원 서관 312호 법정으로 이동했다. 최대 150여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312호 중법정은 취재진과 CJ그룹 관계자들로 가득찼다.
 
재판부의 주문이 끝날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던 이 회장은 선고 직후 10여분 후 법정을 빠져나와 출석할 때 타고왔던 차량을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판결에 대해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가 나와 너무 당혹스럽고 사실 수형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실형이 선고돼 우리들도 참으로 막막하다"며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1657억원의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혐의로 지난 2013년 7월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았다. 2심에선 이 회장이 직원들과 공모해 회비·조사연구비 등을 정상 지급한 것처럼 전표를 조작하고 회계장부를 조작해 115억8000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이 무죄로 인정돼 징역 3년에 벌금 252억원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조세포탈 251억원과 횡령 115억원을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고 배임 혐의에 대해서만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1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3) CJ그룹 회장이 15일 파기환송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서울고등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 / 신지하 기자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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