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기업 성과주의 도입계획, 내년으로 지연
"현실 모른다" 거센 반발…금융위 "해법 고민"
공기업들 "가이드라인부터 제시해라" 지적
2015-12-13 11:04:09 2015-12-13 11:04:09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마지막 금융개혁과제로 꼽았던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 계획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다. 금융당국은 금융 공기업을 앞세워 성과주의 도입계획을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관련 기관들의 거센 반발로 내년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일방적인 제도 추진에 금융 공기업들은 "현실을 모른다"며 무조건적인 도입에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13일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성과주의 도입 계획의 연내 발표는 어렵고, 내년 초 이후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정책금융기관들의 의견도 듣고 있으나, 공기업의 우려 사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간을 못 박고 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성과주의 도입에 앞서 미진한 측면은 추가 검토하려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금융개혁회의에 이어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도 "성과주의는 업무 성과가 높은 직원에게는 보다 높은 평가와 많은 보수를 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성과주의 도입의 단계적 확산 방안을 올해 중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금융 공기업의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 공기업들은 그러나 "이미 성과주의를 도입했다"며 "공기업 의견을 듣기 전에 어떤 성과주의인지 가이드라인부터 제시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연봉제를 지난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고, 성과급제와 교육제도 또한 이미 도입돼 있다"며 "우리가 굳이 추가로 할 수 있는 성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내부 협의도 안 된 상태에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 성과주의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홍완엽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홍 위원장은 "성과주의 도입은 회사가 직원을 쉽게 자르라는 의도로밖에 비치지 않는다"며 "성과만 강조하게 되면 돈 안 되는 서민·중소기업 대출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장관 평가에서 10점 만점에 5.59점을 받았던데, 본인부터 월급을 절반만 받아가라"며 "총파업 투쟁할 방침"이라고 했다.
  
다른 금융 공기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계획이므로 구체적 계획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선제적으로 하는 건 부담이고, 연말연시는 인사 시즌이기도 해서 눈치를 보고 있다"며 "다만, 정부가 금융 공기업에 '의견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책임회피"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조차도 "성과주의 가운데 노사 협상 사항의 경우 정부가 한다고 해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성과주의 관련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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