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남·북 당국회담, 금강산관광 고개 못 넘고 끝내 결렬
북측, 이산가족-금강산관광 연계해 동시추진·동시이행 주장
남측, ‘박근혜 대통령표’ 과제에 집중하다 유연성 잃은 측면도
2015-12-13 10:48:03 2015-12-13 10:48:03
개성공단에서 11~12일 열린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합의문을 발표하지 못하고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종료됐다. 8·25 고위급 합의에 따라 열린 이번 회담이 끝내 결렬됨에 따라 남북관계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심하게 나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향후 일정을 고려할 때 대화의 탄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회담 결렬의 핵심적인 이유는 금강산관광에 대한 견해차에 있었다.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중점 의제로 제시하며 회담에 임했다. 그러나 북한은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7년 반가량 중단된 금강산관광 재개를 최우선으로 제기하며 남측이 원하는 이산가족 문제를 연계시켰는데, 결과적으로 두 문제의 선후를 정하는 데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남측 수석대표였던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12일 회담 종료 후 브리핑에서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금강산관광 재개의 “동시추진·동시이행”을 제안했다면서 “(그러나) 우리측은 금강산관광 중단의 원인이 우리 관광객이 피격된 것인 만큼 (피격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안전보장 제도 완비 등) 3대 조건을 먼저 협의하고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황 차관은 “북측도 기본적으로 우리가 얘기했던 3대 조건에 대한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먼저 합의서에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며 “정부로서는 관광 재개를 위한 선결조건이 해결되면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북한은 관광 재개에 대한 합의문을 먼저 넣자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서 실질적인 협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측은 금강산관광을 내년 3월 내지 4월에 재개하면 이산가족 상봉도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추진한다’는 식의 문구를 합의문에 우선 못 박은 뒤 남측이 원하는 이산가족 문제 등과 동시에 협의하고 이행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측이 ‘관광 재개’라는 원칙에 우선 합의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다 보니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측이 별도로 금강산관광 실무회담을 열자는 절충안을 낸 것도 당국회담 합의문에 ‘관광 재개’를 명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금강산관광은 북한 정권의 달러박스’라는 현 정부의 인식, 5·24 대북 제재조치와의 충돌 등을 고려해 관광 재개를 합의해선 안 된다는 지침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남측은 전면적인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 더불어 다른 의제들을 제기했다. 황 차관은 환경·민생·문화 ‘3대 통로’ 개설 문제,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등을 중점 제기했다고 밝혔다. 3통 문제를 제외하고는 모두 박근혜 대통령 ‘브랜드’가 달려 있는 이슈들이다. 이산가족 생사확인은 박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했고, 3대 통로는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후 지난 1일 유네스코 본부 특별연설에서도 언급했으며, DMZ 생태평화공원은 대선 공약이었다.
 
이 의제들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회담 결렬 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남측은 금강산관광 재개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 토의를 거부하면서 부당한 주장을 고집해 나섰다”고 비난한 것으로 볼 때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황 차관도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상임대표(전 통일부 장관)는 “청와대에서 다 해결해 오라고 너무 많은 지시를 내린 것 같다”라며 “북에서 바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들어 줘가면서 우리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려 하는 것이 회담의 기본이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평했다. 정 상임대표는 “남측이 제시한 DMZ 평화공원은 군사분계선 남쪽에만 만든다고 해도 관할권을 가진 유엔사와 정부가 먼저 협의해야 한다”며 이번 당국회담에서 이 문제를 꺼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상임대표는 ▲3대 통로 개설도 북한이 흡수통일 발상으로 규정한 드레스덴 선언의 변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논의하기 어렵고 ▲이산가족 전면 생사확인은 많은 행정수요가 필요한 일이어서 인도주의라는 명분만으로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조선중앙통신>이 “남측의 그릇된 입장과 태도로 하여 이번 회담은 아무런 결실이 없이 끝났다”고 보도한 것처럼 북한은 당분간 회담 결렬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며 비난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한이 현재의 대화국면을 아예 깨뜨릴 정도로 강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 상임대표는 “북한은 내년 5월 당대회를 감안해 험악한 분위기로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모두 연말연초 상황이 있어 당국회담이 당분간 열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대화국면이 유지되더라도 회담의 동력을 살리는 것은 당분간 어렵다는 얘기다.
 
개성=공동취재단,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황부기 통일부 차관이 회담이 결렬된 12일 오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기 위해 기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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