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성향의 일본 역사학자 50명이 미국의 역사 교과서에 실린 일본군 위안부 기술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미국역사협회 학회지에 실어 파장이 일고 있다.
야마시타 에이지 오사카 시립대 교수 등 일본 역사학자 50명은 최근 미국역사협회(AHA)가 발간하는 학회지 '역사에 대한 전망' 12월호에 “'일본의 역사가들과 함께 서서'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집단성명을 실었다.
우익 학자들은 ‘편집자에게 보내는 글’ 형식의 이 성명에서 미국의 역사학자 20명이 일본 아베 정권의 미국 교과서 왜곡을 비판하며 지난 3월호 이 학회지에 발표한 ‘일본이 역사가들과 함께 서서’라는 집단성명을 반박했다.
이들은 미국 맥그로힐 출판사의 세계사 교과서에 대해 "위안부와 관련해 기술된 불과 2개 문단의 26개 줄에서 8개의 명백한 사실적 오류가 발견됐다"며 "만일 미국 정부가 그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출판사와 저자에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맥그로힐 출판사 교과서에는 '일본 육군이 황제가 보낸 선물인 여성들을 병사들에게 줬다'거나 '전쟁이 끝났을 때 병사들이 위안소 운영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위안부들을 대거 학살했다'는 문구들이 있지만 역사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며 "소설 작가는 상상력을 이용해 가상현실을 만들어낼 면허증이 있지만 엄정한 학자들이 쓰는 역사교과서는 입증할 수 있는 진실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맥그로힐 출판사의 교과서는 허버트 지글러 하와이대 교수가 집필한 미 공립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로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일본군의 전쟁범죄가 기술되어 있다.
이에 대해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명확히 판정 내려진 사안으로 전시 여성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라며 “이를 부정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은 도리어 국제사회의 큰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위안부 피해와 관련된 역사적 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긴 일본의 책들이 최근 미 의원들과 학자들에게 배포되는 데에 일본 집권 자민당이 개입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본 우익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도쿄신문> 8일 보도에 따르면 우익 <산케이신문>이 자사의 연재물을 묶어서 만든 책 '역사전쟁'과 반한 성향 학자가 쓴 ‘극복하기: 왜 한국은 일본 때리기를 중단해야 하는가' 등 2권에 추천문을 쓴 이노구치 구니코 참의원(자민당)이 "자민당 안에 대외 발신 강화를 검토하는 그룹이 있는데, 거기서 책을 보내기로 했다고 생각한다"며 "거기서 (그 그룹의 방침에 따라) 추천문을 썼다"고 말했다.
두 책은 영어로 번역되어 올 가을 미국 워싱턴 D.C와 주요 대학에서 동아시아 문제를 다루는 교수와 학자, 전문가, 국회의원 등에게 뿌려졌다. <도쿄신문>은 책을 보낸 주체는 <산케이신문> 출판 부문이지만 "자민당과 산케이의 밀월 양태를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민당은 지난해 10월 위안부 관련 정보를 해외에 전파하는 방안 등을 제안하는 ‘일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특명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우익 성향의 일본 역사학자 50명이 미국의 역사 교과서에 실린 일본군 위안부 기술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미국역사협회 학회지에 실었다. 사진/미국역사협회(AHA)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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