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을 두고 업계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퇴직연금의 절대 강자’였던 보험사들은 지속되는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퇴직연금 사업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등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험의 빈자리는 은행과 증권업계가 차지했다. 은행은 2008년부터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해 지난해엔 시장의 절반(49.5%)을 점령했다. 2006년만 해도 점유율이 손보업계보다 낮았던 증권사들은 작년말 현재(17.1%) 손보사를 10%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작년 말 현재 107조700억원으로 도입 10년여만에 100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점유율은 10년째 정체 또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적립금 비중은 2007년 42.8%에서 지난해 25.9%로 거의 반토막이 났고, 손해보험사도 2006년(15.9%) 이후 급락하면서 최근엔 6~7%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증권, 은행업계와는 달리 시장의 성장세와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보험의 빈자리는 자연스레 은행과 증권업계가 차지했다. 은행은 2008년부터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해 지난해엔 시장의 절반(49.5%)을 점령했다. 2006년만 해도 점유율이 손보업계보다 낮았던 증권사들은 작년말 현재(17.1%) 손보사를 10%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다.
보험사의 부진 배경엔 수익성이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손보사들의 자산운용수익률(4.37%)은 퇴직연금 보장수익률(4.62%)에 역전됐다. 저금리로 자산운용수익은 줄어드는데 퇴직연금 금리를 지나치게 높여준 결과다.
보험사들 입장에서 퇴직연금을 운용하려면 관리 인력과 비용,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적립금 규모가 크지 않으면 도리어 손해가 날 수 있다. 퇴직연금 시장이 향후 4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당장의 수익성을 고려하면 적극 나서기 힘든 이유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벌이는 증권, 은행권간의 치열한 마케팅 전쟁도 보험권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은행은 대출의 대가로 퇴직연금을 유치하는 ‘꺾기’라는 수단이 있고 증권은 거래수수료 할인이나 기업공개(IPO) 등의 유인책이 있지만 이에 맞선 보험사들의 고금리 보장 전략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ING생명, MG손보, 메리츠화재 등은 퇴직연금 사업권을 반납하는 등 전략적인 선택을 단행하기도 했다. ING생명 관계자는 “자본력이 되는 대형사만 살아남아서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낮은 수익성과 경쟁우위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현상유지는 실익이 적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말 기준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6%지만 2024년에는 59%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은행, 증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장기자산운용 노하우를 살리고, 중소기업을 공략하면서 금리 경쟁 대신 다양한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틈새시장을 노릴 전망이다.
한국전력 직원들이 은행창구에서 퇴직연금과 관련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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