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대종상, 국정교과서의 미래
2015-11-23 09:05:51 2015-11-23 09:05:51
 제52회 대종상 영화제는 파행으로 얼룩졌다. 모든 언론과 영화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주최 측을 맹비난하고 있다. ‘폐지론’까지 나온다.
 
이번 대종상 영화제는 편파적이었다. 올해 한국인들은 현대사와 산업화에 기여한 기성세대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국제시장>, 항일투쟁과 미완의 해방을 그린 <암살>, 천민자본주의와 ‘갑질’을 여과없이 드러낸 <베테랑> 이라는 세 편의 영화에 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대종상은 <암살>과 <베테랑>은 외면하고 <국제시장>에 열 개의 트로피를 몰아줬다.
 
내용은 편파적이었지만 행사는 잘 치뤘나? 그것도 아니다. 남녀주연상 후보 9명이 전원 시상식에 불참했다. 사실상 보이콧이다. 한 기업 회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았는데 그 회사의 사업 종목에는 ‘경비용역업’ ‘행정대집행 용역 대행업’이 포함되어 있다. 전임 조직위원장은 구속 수감 중인 무기브로커, 이규태 회장이다.
 
1962년부터 시작된 대종상은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영화상이다. 하지만 과거가 그리 빛나지만은 않았다. 문공부 주최로 시작됐다. 군사 정권 시절 공기업인 영화진흥공사가 주관 하는 동안엔 반공영화나 정권 홍보 영화가 주로 상을 받았다.
 
‘민주화’ 이후 ‘영화인협회’가 주관하면서도 ‘나눠먹기’ ‘로비설’로 얼룩지다가 2001년 소장파 영화인 모임인 ‘영화인회의’가 공동 주관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강화된 지원, 시장의 변화를 선도한 영화인들, <영화아카데미>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배출된 영상세대들, <부산국제영화제>로 축적된 영화 행정 역량이 합쳐진 것이다.
 
그런데 2010년 이후 대종상은 추락하고 있다. 시작은 ‘좌파적출'이다. MB정부 첫해인 지난 2008년 9월, 뉴라이트계열 문화단체인 ’한국문화미래포럼‘은 당시 한나라당 소속 고흥길 문방위원장에게 '문화 예술계의 현안과 과제'라는 문건을 제출한다. 이 문건은 “좌파 엘리트 집단의 온상 한국종합예술학교와 좌파 문화운동의 근거지 역할을 하며 각종 지원금과 사업의 편중화가 심화된 영화진흥위원회, 좌파 영화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지역 영상 위원회”를 ’청산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FTA반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등에 이들 단체와 연관된 영화인들이 나서고 있다”며 “기능은 살리되 인적 청산은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그 문건은 착착 실행됐다. 문화단체들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강도 높게 진행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장이 물러났고, 부산국제영화제도 아직까지 혹독한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포럼의 발기인인 조희문 교수는 2009년 9월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돼 ‘좌파 적출’을 진두지휘했고 다른 멤버들도 각종 영상 관련 기구의 주요한 지위를 차지했고 활동이 뜸하던 원로영화인들이 그들을 뒷받침했다.
 
이제 그 기구들은 현업 영화인들과는 상관없는 조직이 됐다. 대종상은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 그 몇 년 동안 그들 사이에서도 ‘횡령’ ‘배임’ 논란이 벌어져 송사도 이어졌고 영진위 조차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좌파 적출’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영상 산업과 예술에 대한 지원과 진흥은 완전히 토대가 무너졌다.
 
기시감이 들지 않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말이다. 참, 이번 대종상 영화제도 심사위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