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노동개혁' 법안을 심사하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새누리당의 '꼼수 증원' 시도로 멈춰 섰다. 새누리당이 여야 동수인 환노위 정원을 1명 늘려 머릿수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야당이 논의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20일 환노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비롯해 63건의 안건 심사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여야 의견이 엇갈리지 않는 법안들이 순탄하게 처리됐다. 하지만 오후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새누리당의 '노동개혁 5대 법안' 가운데 하나인 근로기준법 개정안 심사가 시작되자 갈등이 불거졌다. 새누리당이 환노위 정원을 늘리려고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환노위는 여야 8명씩 동수로 구성돼 있다. 새누리당이 노동 5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어려운 형국이다.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부에서 논의를 하다가 (정원을 늘리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국회 규칙 개정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국회상임위원회 위원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발의하려고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의 물밑 작업은 야당 의원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개정 움직임이 사실로 확인되자 야당 의원들은 회의장을 떠났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명시적으로 증원 시도를 철회할 때까지 법안 심사를 중단한다"고 했다.
상임위원회 인원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국회 규칙 개정안이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가능하다. 새정치연합 우원식 의원은 "중요한 쟁점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상임위 인원을 증원하는 건 초유의 일"이라며 "법안을 정상적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밀어붙여서 통과시키려는 의도"라고 했다.
'꼼수 증원' 시도는 하루짜리 소동으로 끝났다. 야당 반발에 부딪히자 새누리당은 국회 규칙을 개정하려는 시도를 접었다. 권 의원은 "이런 사소한 문제로 파행을 하니까 더 이상 명분을 주고 싶지 않다. 원내 지도부에도 개정하지 말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쾌감을 내비친 야당은 증원 시도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노동개혁' 법안을 놓고 여야는 이미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지난 9월 노사정 합의 이후 정부가 조속한 입법을 주문한 것도 야당의 심기를 건드린 상태다. 이인영 의원은 "평화협정을 체결해놓고 뒤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 등 야당(왼쪽) 위원들과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 등 여당(오른쪽) 위원들이 각각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 파행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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