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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이동통신 다단계 지침 제정…위원 간 '입장차'
2015-11-20 15:03:40 2015-11-20 15:03:40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법 테두리 내에서의 다단계 영업을 보장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동통신 시장에 다단계 판매 방식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상임위원들은 여전히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20일 방통위는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동통신서비스 다단계 판매 지침 제정안에 관한 사항'을 논의했다. 이는 지난 9월9일 방통위가 LG유플러스(032640)의 다단계 위법 행위에 제재를 가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다단계 판매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소관인 방문판매법(방판법) 상 합법이지만 영업 과정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 LG유플러스는 지원금 및 수수료 차별지급, 개별계약 체결 등에서 단통법을 위반해 23억7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최근 시정조치 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사례를 토대로 방통위는 이통사와 다단계 대리점 및 판매점, 다단계 판매원이 준수해야 할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일반 유통점과 동일한 `사전승낙제 도입 ▲공시지원금 및 유통점 15% 추가지원금을 초과하는 지원금 지급 금지 ▲일반 유통점 대비 차별적인 요금수수료 지급 금지 ▲특정 단말기나 고가 요금제를 유도하는 개별계약 체결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개인정보 보호 책임 강화 등이 담겼다.
 
아울러 공정위가 가입 시점에서 발생하는 상품가격 160만원 이하에서만 다단계 판매를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이 내용이 확정되면 방통위 가이드라인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김재홍 부위원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명확하게 단통법에 규정된 의무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다단계 판매를 하기 위해 예전에 만들어진 방판법 방식으로 단통법 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라며 "매우 편법적인 판매 행위를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 조사에 따르면 다단계 판매점의 가입자 유치 건수는 월 1만8000~2만 건 정도로 지난 9월 심결 전후 눈에 띄는 변동은 없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심결 이후 사업자들이 법규를 준수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고, 그에 앞서 이통 시장에서의 다단계 방식을 인정할 것인지도 추가 논의해야 한다"며 "다단계는 집이나 사무공간 등에서 면대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법 위반 및 이용자 피해 발생 소지가 대단히 높다"고 강조했다.
 
또 방통위 사무처는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다단계 유통점에 오프라인 유통점보다 강한 규제를 가할 수 있다고 역설했지만, 오히려 후퇴한 규제 지침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사전승낙제의 경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로부터 승인을 받는 일반 유통점과 달리 다단계 판매원들은 이통사와의 개별 승낙이 이뤄져 객관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매장에 사전승낙서를 상시 게시하는 일선 유통점과 달리 개별 판매원들은 사전승낙을 받은 판매자임을 이용자들에게 고지하기가 어렵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일반 유통점들도 사전승낙서를 상시 게시하지 않고 고객이 찾을 때만 꺼내 보여줘도 되지 않겠느냐"며 영업 상 혼란을 우려했다.
 
반면 이기주 상임위원은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더라도 방통위가 다단계 판매를 전면 허용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며 "지난 심결과 불합치되는 부분도 없고, 현행 실정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해당되는 모든 법 규정을 준수하기가 까다로워 이전보다 다단계 판매가 위축될 것"이라며 "다만 사전승낙을 좀더 편하게 받아서 판매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므로 일반 유통점과 동일한 절차와 요건 하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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