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화국면 조성하는 쪽으로 방향 잡았나
실무접촉 제안 배경에 관심…경제 위해 대외관계 관리하나
2015-11-22 09:52:28 2015-11-22 09:52:28
북한이 8·25 고위당국자 합의에 따른 당국회담 실무접촉을 제안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대화 전망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은 세 차례 있었던 남측의 실무접촉 제안(9월21·24일, 10월30일)에 사실상 침묵했다. 그러다가 지난 20일 실무접촉을 제안하는 통지문을 남측에 보낸 후 곧바로 북한 매체를 통해 이 사실을 공개했다. 남측의 제안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제안한 것임을 강조하려는 제스쳐로 읽혔다.
 
북한의 제안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10월9일 평양에서 있었던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의 대화에 실마리가 있다고 설명한다. 류 상무위원은 당시 "중국은 북남관계 개선과 화해협력, 그리고 최종적인 자주평화통일 실현을 굳건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 비서는 한반도 상황은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안정과 관련돼 있다며 남·북이 서로 진정성을 갖고 대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최 비서는 또 북한은 남북대화와 긴장 완화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북한의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자 북한이 ‘우리의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남북대화를 하겠다’고 호응한 셈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실무접촉에 응한 것은 미국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대외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인민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대외관계 개선은 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에 이를 선제적으로 풀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6년 만에 열리는 내년 5월 당대회를 앞두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주도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남측의 첫 실무접촉 제안(9월21일) 이후 2개월 동안 침묵한 이유는 전반적인 정세를 지켜보기 위해서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남·북 민간교류 확대 상황과 이산가족 상봉행사(10월 하순) 등에 대한 남한 정부의 태도는 어떤지, 10월16일 한·미 정상회담과 11월1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어떤 흐름이 만들어지는지 등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실무접촉 제안이라면 일단은 남북대화를 진행시키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실무접촉에서 당국회담 대표의 ‘격’과 의제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진다면 본격적인 대화국면이 열리기조차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3년 6월 남·북이 장관급회담을 갖자고 합의해 놓고도 수석대표의 격을 두고 씨름하다가 회담 자체가 열리지 못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회담 의제에 대한 간극이 크다는 점도 넘어야 할 과제다. 남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이산가족 전체의 생사확인 작업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핵문제 등을 핵심 의제로 생각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그동안 줄곧 주장해 왔던 대북전단 살포 문제, 5·24 대북조치 해제 문제,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우선 논의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파주 임진각에서 북한 땅을 바라보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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