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과정에서 중요한 '관할권 문제'
독일통일 사례 참고해야…대북 교류·협력이 최선책
2015-11-22 09:53:11 2015-11-22 09:53:11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과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 조건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한민국의 관할권 문제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이 증폭되었다. 이 이슈는 한반도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의 국제법과 관련된 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매우 중요하다. 독일 통일의 경우에도 동독이 붕괴하고 서독이 흡수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관할권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1989년 세계 냉전 종식 과정에서 동독 주민들은 국경선이나 베를린장벽을 넘는 탈출을 시작했고, 동독 대도시에서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시작되었다. 결국 소련이 세운 동독의 호네커 정권이 무너지고, 베를린장벽도 그해 11월 9일 붕괴되었다. 동독 체제가 완전히 무너지는 과정에 들어서면서 서독은 동독을 흡수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동독이 완전히 붕괴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힘의 공백 상태가 된 후에 동독으로 진입해 흡수통일을 하거나, 아니면 동독이 붕괴되는 과정에 개입해 합의 방식으로 흡수하는 선택의 문제가 있었다.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는 동독 체제가 완전히 붕괴되도록 방관하지 않고 붕괴 과정에 개입해 흡수하는 후자의 정책을 선택했다. 11월 28일 콜 총리는 동독에 대해 10개 항의 통일제의를 했는데, 그 골자는 동·서독이 연합을 하자는 것이었다. 서독이 연합 방식의 통일을 시도한 가장 큰 이유는 동독 관할권 문제였을 것으로 유추된다. 완전 붕괴 이후 힘의 공백 상태가 된 동독에 진입할 경우, 국제사회가 동독을 서독과 별개의 주권국가로 주장한다면 동독을 흡수해 통일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을 예상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당시 동독은 연합 제의를 수용할 만한 체제조차 갖추고 있지 못했다. 결국 콜 총리는 다른 방식의 통일을 강구했다. 동독 지역에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의한 총선거를 실시함으로써 주민들이 원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정통성 있는 정부를 탄생시키는 방식이었다.
 
1990년 3월 치러진 총선거에는 여러 정파가 참여했는데, 결국은 급진적인 통일을 지향하는 드 메지에르 정부가 탄생했다. 동독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서독에 흡수통일 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결과였다. 이는 1960년대 말부터 서독이 시작한 동방정책에 의해 이루어진 교류·협력을 통해 동독 주민들이 서독 체제의 우월성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동독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흡수통일 찬성 의사를 보였기 때문에 군을 비롯한 일부 통일 저항 세력도 굴복할 수밖에 없었고, 흡수통일은 평화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서독 정부는 1990년 5월과 8월 새로 탄생한 동독 정부가 조약을 체결했고, 그를 통해 10월 3일 마침내 통일을 이룩했다. 양측 정부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조약을 맺어 통일을 했기 때문에 외면상 일방적인 흡수통일이라기보다는 합의의 형태를 띠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독일 통일을 ‘합의형 흡수통일’이라고 규정한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과 함께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 4대 전승국들에 의한 분할점령을 당했고, 냉전이 시작되면서 분단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4개국의 승인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2+4 회담’이 개최되었다. 국제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식에 의해 통일을 했기 때문에 독일 통일은 곧바로 승인되었다.
 
한반도의 경우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구나 대한민국은 유엔에 의해 남한에서의 합법 정부로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북한을 흡수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독일의 성공 사례를 보고 우리도 독일과 같은 방식으로 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문제는 동독 주민들이 총선거에서 서독으로의 흡수통일을 수용한 것처럼 북한 주민들도 그러한 선택을 할 것인지의 여부다.
 
북한 주민들이 동독 주민들처럼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을 원하도록 하려면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꾸준히 함으로써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과연 우리 체제가 북한 주민들이 동경할 만큼 합리적이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사회인가부터 자각을 해야 한다.
 
김계동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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