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8일 내놓은 외제차 사고에 대한 보험처리 기준은 보험료 인상을 야기하는 불합리한 요인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융당국은 사고 외제차와 렌트 차량의 가격 비대칭성 문제를 바로 잡으면 950억원 정도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고가차량의 비싼 수리비에 대한 특별요율 신설과 미수선수리비 지급관행 개선까지 합치면 연간 2000억원 상당의 비용이 줄어 보험사의 수익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논란의 소지도 다분하다. 렌터카 지급기준이 변경되면 외제차 차주는 물론 일부 렌터카 업체에서 반발에 그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민법에 명시한 동등배상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동종 차량 지급도 동등배상의 원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외제차일수록 감가상각이 빠르다"면서 "벤츠를 7년 소유한 차주가 1~2년된 새차를 빌리는 것도 정당한 동등 배상이 아니라고 보고, 사용가치에 입각해 동급 차량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는 동급 차량 제공에 대한 원칙이 확고하지만, 최종 결정권은 사법부에 있는 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 과장은 "외제 차주가 보험사나 상대 차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국토교통부와 함께 행정부 차원에서 불합리한 제도 개선에 나선 만큼 사법부도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한 판례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고가차량의 수리비가 저가 차량에 전가되는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현 체계에서는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외제차와 사고가 날 경우 저가차량의 과실비율이 10%에 그쳐도 1억원 상당의 수리비가 나오면 저가 차주가 부담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민법에 가로막혀 일단 고가차량에 특별요율을 신설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과장은 "통계적으로 고가차량의 손해율은 높지 않지만, '음(-)의 외부효과'를 시장원리로 교정해보자는 취지에서 특별요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라며 "2~3년 정도 개선안을 시행하다보면, 자차뿐만 아니라 대물에 대한 요율을 어떻게 가져갈지도 추가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가 차량의 과도한 수리비 부담 문제는 금융당국이 아닌 입법부를 통해 해결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이 발의한 ‘교통사고 손해배상책임 제한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된 상태다. 자동차 사고가 날 경우 대물손해배상책임의 상한선을 두고, 배상 한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