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보이는 성품은 온화한데, 일은 추진력이 있고 철저하게 하는 듯 합니다."(A은행 고위 관계자.)
"시장 자율을 강조하고, 본인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제재에 나서지는 않았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을 보이고 있습니다."(B은행 고위 관계자.)
"업무 보고를 하는 횟수가 전임 원장 때보다 많아졌으나, 그때보다는 덜 긴장하고 회의에 들어갑니다.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것보단 의견을 충분히 들어주기 때문이죠."(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19일 취임 1년을 맞이한다. 1년 동안 금감원 변화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웅섭 금감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금융감독 방향을 '사전 규제에서 사후감독'으로 재정립한다고 강조해 업계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 원장이 취임 초 "감독당국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훈계하고 개입하는 '담임 선생님' 같은 역할을 하기보다는 '호수 위의 백조'와 같이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게 노력하되 시장에는 조용하면서도 신속하게 대응해 시장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 부합하는 평가다.
또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 금융사기 범죄 관련 사례를 공개한 일이나, 금융사와 학교들이 결연을 하고 진행하는 '1사1교 금융교육' 등 금융 소비자 권익을 제고하려는 방안들은 내외부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이는 진 원장이 적어도 금융 소비자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담임'이 되겠다고 재차 선언하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진 원장은 최근 열린 임원회의에서도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태에 대해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의 경우 금감원의 담임을 자처하며 '눈에 띄게' 처리했다. 지난 2월 금감원은 부원장보급 임원 13명 중 9명을 교체하면서 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임원 14명 중 6명을 지방대·상고 출신으로 채우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는 전체 인사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당시 금감원 임원직에 오른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직원들을 지켜본 결과 화려한 학벌보다는 묵묵히 업무에 충실한 사람이 금감원에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이에 따른 인사를 하게 된다"며 "임원 회의도 과거보다 늘어나는 등 소통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배가 나아갈 방향과 선원을 재정비한 진 원장에게는 남은 임기 2년간 가시화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금감원이 추진하는 '국민 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과제'가 대표적이다.
휴면 금융재산 주인 찾아주기·신용평가 개선·약관정비 등 '소비자 권익제고 방안'부터 과장광고·불완전판매 점검 등 '금융사의 부당행태 시정'은 물론, 금융거래 서류 간소화 등 '비효율적 관행 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최근만 해도 카드슈랑스(신용카드사가 보험사와 제휴해 판매하는 보험상품)를 악용해 불완전 판매한 보험사 10곳에 614억원 규모의 보험금을 돌려주라는 결정을 금감원이 내렸으나, 보험사들은 이 규모를 줄이기 위해 혈안이다. 법적 강제성이 없는 데도 이렇다.
특히 사전 규제를 완화하는 만큼 사후 감독의 양이 늘어나는 데 따르는 업무 과중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새로운 과제다. 복수의 금감원 관계자들은 "사전 규제를 완화해 앞으로 보험상품 사전심의를 맡던 인력을 줄이고, 사후 감시를 맡을 인력을 보강한다지만, 이는 금감원 전체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상태에서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는 수준일 수밖에 없어 업무 과중이 예상된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또 금감원은 보험상품 출시 구조·가격에 대해 개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개입하는 금감원 직원은 인사조치하겠다"는 특이한 선언까지 했으나, 이것이 사전 규제 완화에 따라 늘어날 소비자 민원·분쟁의 화살을 피하려는 복안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카드슈랑스 불완전 판매 사례를 발표한 뒤 금감원은 민간 금융사의 민원 처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물론 금융사의 자율성을 강조한 만큼 불안한 대내외 여건 속에서 이들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과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임 1년이 되어 가는 시점에서 평가를 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며 "내년부터 본격 추진되는 과제들이 어떤 결과를 나타내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양지윤 기자 donggool@etomato.com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월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금융감독원 합동 금융범죄 근절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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