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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와 이민문제, 한·일 공통의 고민
동화주의 버리고 다양성 존중으로 다문화정책 크게 개선해야
2015-11-15 10:44:52 2015-11-15 10:44:52
2020년 도쿄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일본에서는 이민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의 복구와 올림픽 특수로 건설경기 붐이 예상되면서 외국인 노동자 확보가 시급하다. 일본 재계는 외국인 단순노동 인력을 서둘러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민을 사실상 거부해 온 일본 정부도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외국인 기능실습생의 체류 가능 기간을 현재 3년에서 최대 6년까지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1960년대 고도성장기에도 외국인 노동자 수용을 둘러싼 논쟁 끝에 결국 받지 않기로 하는 등 이민을 받는 데에 소극적이었다. 1985년 프라자 합의 이래 엔고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아시아 각국에서 결혼이민자,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등이 대거 유입되었다. 대부분 중국 출신인 기능실습생도 크게 늘었다. 나카소네 전 총리의 유학생 10만명 유치 계획이 있었고 전문직·기술직 중심의 글로벌 고도인재 수용에도 적극적이지만, 단순노동 인력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정적이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다문화정책도 별도로 없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정부가 다양한 법률을 만들고 예산을 조성해 217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이민자와 다문화자녀를 위한 정책을 실시해 온 것과 대조적이다.
 
아사히신문 4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2차 대전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에서 이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이민 찬성은 일본에서 43%에 그친 반면 독일은 82%로 높았다. 외국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응답은 독일 22%인데 반해 일본은 43%에 달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올림픽 이후 계약 기간이 끝나도 돌아가지 않아 불법체류자가 넘쳐나서 치안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014년 1월 현재 일본 내 불법체류자는 약 6만명으로 한국 21만명에 비해 훨씬 적다.
 
하지만 일본의 인구는 향후 50년간 약 4000만명이 감소할 전망이다. 1억3000만 현재 인구가 2060년이 되면 8600만으로 줄어든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민에 소극적인 아베 신조 총리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민 문제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아베 총리 직속 ‘산업경쟁력회의’는 이민을 받아들일 사령탑을 설치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이민 문제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일본 정부 직속 ‘선택하는 미래위원회’는 인구 1억명을 유지하려면 매년 20만명의 이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는 72만명으로 작년에 3만5000명 늘었으니 그보다 6배 가까운 숫자를 매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올해 입국관리법을 개정해 글로벌 인재를 유치할 고도전문직을 신설했다. 외국인이 일본 내 외국계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도 경영할 수 있도록 바꾸었다.
 
한국의 출산율은 1.3으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2050년 예상 인구는 4400만명으로 현재보다 약 600만명이 줄어들 전망이다. 5000만 인구를 유지하려면 2030~2060년 사이 대체 이민으로 약 1000만명, 매년 35만명을 수용해야 한다. 당장 2017년부터 생산활동인구가 줄어들어 현재의 연금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은 187만명으로 총인구 대비 3.54%이며, 매년 10만명씩 늘어나고 있다. 일본 내 외국인은 208만명으로 1.7%의 비율이다. 한국은 외국인 비율에서도 일본을 앞섰고, 절대 숫자에서도 몇 년 후에 일본을 따라잡게 된다.
 
다문화정책 10년을 맞이한 한국은 이민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때가 되었다. 현재의 다문화정책은 중앙 정부가 주도하는 동화주의 정책에 가깝다. 다양한 언어와 민족, 문화가 공존하는 진정한 다문화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결혼이민자와 다문화자녀를 위한 정책은 물론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 가족의 체류 허가, 외국인과 지역 주민과의 교류, 외국 인재의 국내 성공사례가 많이 있어야 한다. 법무부에 이민통합과가 있고 이민정책연구원이나 이민학회가 있지만 중앙 정부 주도의 동화주의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한계에 달한 다문화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해가야 한다. 인구정책에서 실패한 한국이나 일본 모두에 심각한 문제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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