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민생"…골목상권보호 법안 처리 '진통'
국회 산업위, '대규모 점포 규제' 유통법 개정안 통과 극소수…"이미 물 건너가"
정부·여당, 시장 논리로 반대 …"중소상인 외면하는 거짓 민생"
2015-11-10 15:42:09 2015-11-10 15:42:09
서울 상암·은평, 인천 송도·청라, 광주, 부천. 이들 지역엔 공통점이 있다.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골목상권에 불안감이 퍼진다는 사실이다. 유통 대기업이 대형 마트뿐 아니라 아웃렛, 복합 쇼핑몰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정기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여야가 앞다퉈 민생을 내세우는 것치고는 성적이 신통치 않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지난달 말부터 4차례에 걸쳐 법률안 소위원회를 열었다. 중소기업과 에너지, 기술 관련 법안이 논의된 자리다. 30여개에 이르는 유통법 개정안들도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하지만 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소득이 없진 않았다. 법안 소위 첫날인 지난달 28일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제도를 2020년까지 연장하는 개정안이 의결됐다. 전통시장 1㎞ 이내에 대형 마트 등이 들어설 수 없도록 하는 전통상업보존구역 효력이 오는 23일로 끝나자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하지만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나머지 법안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했다. 지난 2일 법안 소위에는 유통법 개정안만 25개가 올라왔다. 대부분 야당 의원들이 내놓은 법안이다. 이날 소위는 대규모 점포와 상관없는 1개 법안을 빼고 모두 '계속 심사'로 남겨뒀다. 산업위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반대하고 있어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 재벌을 대변한다고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대규모 점포의 개설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지난 9월24일 "복합 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가 소상공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유통 대기업이 새로운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는 꼼수에 땜질식 대책으로만 막을 수 없다"며 이같은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990년대까지 대규모 점포는 허가를 받아서 문을 열었다. 유통법이 1997년 제정되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등록제로 바뀌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허가제로 바꾸는 개정안이 논의됐으나 정부의 반발에 가로막혔다. 정부는 "허가제는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 대규모 점포 등의 시장 접근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은 골목상권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8일 '민생 4대 개혁'을 발표하며 "재벌 대기업의 복합 쇼핑몰로 인한 영세 상인의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상업지역 내에는 1만㎡가 넘는 대규모 점포를 건축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지난 9일 전국 순회 '민생 당사' 발대식에서 "하루에 600명, 한 달에 1만8000명이 가게 문을 닫을 정도로 골목상권이 힘든 상황"이라며 "대규모 점포의 입점을 상업지역으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유통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민생을 강조하는 건 정부·여당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에서 법안을 정체 상태로 두는 것은 그동안 말로만 민생을 부르짖은 것"이라며 "법안들이 자동 폐기된다면 국민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도 이날 "민생 현안들이 하루빨리 처리되도록 야당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그러나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유통법 개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불투명하다. 법안을 심사할 시간이 남지 않아서다.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산업위에서 처리할 법안만 500여개가 남아 있다. 유통법 개정안 통과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중소유통상인연합회 신규철 상임이사는 "정부·여당이 앞에서는 민생을 얘기하면서 유통법 처리를 뒤로 미루는 건 '거짓 민생'"이라며 "실질적인 민생 입법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정의당 심상정 대표(오른쪽)가 지난 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전국 순회 '민생 당사' 발대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심 대표는 이날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규모 점포의 입점을 상업지역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유통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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