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금융소비자가 계좌를 새롭게 개설하거나 2000만원 이상 금융거래시 은행 등 금융회사는 해당 고객은 물론 실제 소유자를 확인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개인고객보다는 기업이나 정치인 등에 불법자금 형성을 차단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차명거래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해 조세포탈이나 비자금 형성 등 불법 목적의 금융거래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데 따른 조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처럼 고객 확인절차가 강화될 경우 금융당국이 비대면 계좌 개설로 '핀테크'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안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0일 기존 고객확인제도(CDD·Customer Due Diligence)에 실제 소유자 확인을 추가하는 내용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의 개정안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실제 소유자는 '고객을 최종적으로 지배하거나 통제하는 자연인으로서 해당 금융거래를 통해 궁극적으로 혜택을 보는 개인'을 뜻한다. 차명거래로 불법 이익을 보는 실제 소유자를 금융사가 사전에 확인하라는 취지다.
개정안은 개인 고객의 경우 '타인을 위한 거래를 하고 있다고 의심되거나 고객이 실제 소유자가 따로 존재한다고 밝힌 경우' 실제 소유자를 새로 파악하도록 했다. 금융사는 파악된 실제 소유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실지명의를 확인하고 기재해야 한다.
이 경우 외에는 계좌 명의인을 실제 소유자로 간주한다. 기존 계좌 이용자는 이에 즉각 해당되지 않지만, 주기적 확인 절차에 따라 실제 소유자를 파악하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모든 일상적 금융거래마다 실제 소유자를 확인하고 계좌를 개설해주라는 게 아니라, 계좌를 개설하러 온 사람에게 실제 소유자의 존재 여부를 체크하고 추후 의심되는 경우를 모니터링하라는 것이므로 은행 업무가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사의 고객 확인 의무를 이처럼 강화하면, 다음달 시행 예정인 '은행계좌 개설시 비대면 실명 확인제'와 배치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도 "비대면 거래의 경우 고객의 실제 소유자 확인 관련 위험도 평가에서 위험도가 상향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계좌개설 전 단계에서 제한하는 게 아니므로, 비대면 활성화에 제약 요인이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법인 또는 단체 고객의 경우는 확인 절차가 대폭 강화된다. 개정안에 따라 금융사는 모두 3단계에 걸쳐 법인·단체 고객 등의 실제 소유자를 파악해야 한다. 1단계는 25% 이상의 지분증권을 소유한 사람을 파악하고, 2단계에서는 ▲대표자 또는 임원·업무집행 사원의 과반수를 선임한 주주 ▲최대 지분증권을 소유한 사람 ▲법인·단체를 사실상 지배하는 사람 중 하나를 확인해야 한다. 3단계는 법인 또는 단체의 대표자를 본다. 금융사는 이를 통해 파악한 실제 소유자의 성명과 생년월일을 확인 후 기재하면 된다.
다만, 투명성이 보장되거나 정보가 공개된 국가·지자체·공공단체·금융회사·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의 경우 확인 의무가 면제될 수 있다.
금융사는 고객이 이같은 정보 제공을 거부할 경우 신규 거래를 거절하고, 기존 고객과는 해당 거래를 종료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사는 이와 관련 의심거래보고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개정안의 시행에 따라 법인의 실제소유자를 파악함으로써 허위거래에 기반한 사기대출 등 범죄행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또 실재하지 않는 법인 명의의 대포통장 개설 방지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김귀수 금융위 제도운영과장은 "특금법 개정안은 금융거래를 통한 자금세탁 관련 범죄행위를 적발하고 예방할 것"이라며 "국제기준에 부합한 자금세탁 방지체계를 유지해 국내 금융사의 원활한 국제 금융거래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은행 고객들이 ATM 기기에서 금융 거래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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