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7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역사적인 정상회담은 한반도 상황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법·제도적으로는 다른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전방위적인 경제교류를 통해 ‘사실상의 통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통합을 이뤄냈고, 그에 힘입어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킴으로써 정치적인 화해와 통합의 첫발을 뗐기 때문이다.
양안관계(중국-대만 관계)의 변화는 국민당의 마잉주가 2008년 총통에 취임하면서부터 본격화했다. 마 총통은 우선 ‘비통일·비독립·무력불사용’이라는 양안관계의 3대 원칙을 제시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른 흡수통일에 반대하고, 대만 독립국가 구상도 거부하며, 양안관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를 기초로 마 총통은 통우(우편 왕래)·통항·통상을 뜻하는 ‘대3통’ 정책을 통해 본토와의 경제·사회적 교류를 활성화했다. 2010년 자유무역협정 성격의 해협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도 체결한 것은 그 결정판이었다. 이같은 노력에 따라 양안은 현재 사실상의 자유 왕래가 가능한 상태이며, 무역과 투자도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2008년 당시 한 편도 없던 대만~중국 직항은 현재 매주 수백편이 편성되어 양측의 주민들을 실어 나른다. 2012년에는 양측을 잇는 해저 통신케이블이 완공됐으며, 중국 상하이에 대만 무역사무소도 개설됐다. 현재 100만이 넘는 대만인들이 중국 본토에서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찾고 있다.
이를 두고 ‘양안판 햇볕정책’의 성취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대북 관여·포용정책)과 유사한 정책을 마잉주 총통이 추진하면서 분단국에서의 관여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마 총통이 한국의 햇볕정책을 적극 참고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올 4월 중순 대만을 방문했을 때 마 총통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며 “마 총통은 ‘중국과 관계를 맺는데 있어 과거 한국 정부가 북한에 폈던 햇볕정책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말을 나에게 직접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대만에 가기 전 만난 주한 대만대표부 대사는 마잉주 정부가 햇볕정책의 네 가지 원칙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햇볕정책의 4대 원칙이란 ▲민간을 앞세우고 정부 당국은 뒷받침하는 ‘선민후관’ ▲경제교류를 정치 협상보다 먼저 한다는 ‘선경후정’ ▲쉬운 일부터 먼저 하고 어려운 일은 분위기가 무르익은 후에 진행시킨다는 ‘선이후난’ ▲상대방에게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는다는 ‘선공후득’을 뜻한다. 여기에 중국이 ‘이경제정’(경제로 정치 제압한다)과 ‘선양후요’(먼저 양보하고 뒤에 요구한다)라는 실용주의로 화답함으로써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1949년 분단 이후 대만의 안보를 뒷받침해온 미국이 마 총통의 정책을 반대하지 않는 것도 양안관계 개선이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양안관계의 현상유지를 원하는 미국은 대만 야당인 민진당이 다시 집권해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정책을 펴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 경우 중국의 반발로 양안관계가 요동칠 것이고, 그에 따라 미국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중국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국민당의 중국 접근정책을 적극 지지한다기 보다는 두고 보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결국 양안관계 개선의 동력은 당사자인 중국과 대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향후 양안관계에서는 경제협력을 뛰어 넘어 정치·군사 부문에서도 신뢰를 구축하는 것과 대만 경제의 중국 예속화를 막는 것이 과제로 꼽히고 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66년 만에 손 잡은 중국과 대만. 마잉주 대만 총통(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 오후 3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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