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일본의 잇따른 외교 결례, 대일 정책의 산물
박 대통령 발언도 즉각 부인…무례하고 거침없는 일본 관료들
2015-11-08 09:50:02 2015-11-08 09:50:02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열리지 못했던 한·일 정상회담이 3년 반 만인 지난 2일 다시 열렸다. 한·일 정상회담의 문턱이 높았기 때문에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그것을 디딤돌로 열리게 됐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위안부 문제 조기 타결 가속화’를 합의했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전제조건으로 삼은 정책은 효과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정상회담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내년에는 한국과 일본 모두 총선이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조기 타결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조기타결 가속화’ 때문에 졸속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고도 할 수 있다.
 
한·일 정상회담 직전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이야기하자마자 일본의 관방부장관은 무례하게 이를 단칼에 거부했다. 일본 관방장관의 경우는 서울에서 정상회담 열리고 있을 때 도쿄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정상회담 후 일본으로 돌아가서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타결되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이 모든 행동들이 외교적으로 중대한 결례이지만 일본의 관료들은 거리낌이 없고, 한국 정부는 항의조차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일본에 무시당하는 것은 오락가락하고 모호한 대일외교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2014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을 때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 변화 때문에 그 회담을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한·미·일 정상회담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면서 미국의 요구에 의해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본의 관리들과 언론은 박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을 부정했다. 오히려 한국의 태도가 갑자기 부드러워져서 곤혹스럽다고까지 말했다. 한일협정 50주년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한 것에 대해 아베 총리가 “내가 말했지 않았나. 기다리고 있으면 한국이 스스로 찾아올 것이라고”라는 말을 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한 적도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지난달 20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 회담하면서 일본 자위대가 북한 지역으로 들어갈 때는 한국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마치 일본의 입장을 묻는 듯 말한 것은 모호한 대일정책의 절정이었다. 한국 측에서 그런 말을 하면 일본은 ‘국제법을 따르겠다’는 모범답안을 내놓게 되어 있었다. 이는 한국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자위대의 진입 대상에 북한이 포함된다는 말이다.
 
한국이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일본 방위상이 먼저 이런 발언을 했다면 도발이었겠지만, 한민구 국방장관이 먼저 얘기를 꺼냄으로써 일본이 손을 안 대고도 코를 풀 수 있게 도와준 셈이다. 결국 자위대가 북한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확산시켰다. 한국 정부는 자위대의 북한 진출에 대해 언급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한국의 안보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므로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아베 총리는 19세기 대동아 공영권을 구상한 요시다 쇼인의 세계관을 동경하고 있다. 대동아공영권을 실행하는 차원에서 만주국을 경영한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를 존경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직전인 2013년 2월 박 대통령의 부친과 자신의 외조부가 친분이 두터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정희-기시’의 인연이 한일관계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한 발언일 것이다. 아베의 이런 인식이 한일관계에 작용하고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일관계 개선은 필요하지만 극우 행보를 거침없이 하는 아베에 속수무책인 한국 정부의 대응을 보면 한일관계가 어디로 갈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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