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피플)김윤영 신용회복위원장 "올해 '서민금융진흥원' 출범 기대"
"취업난에 청년층 신용위험 노출…젊을 때부터 신용 관리 중요"
2015-11-02 15:49:17 2015-11-02 15:49:17
"300만원 대출, 전화 한 통화로 됩니다. 뭐 이런 거 저도 전화를 받는데요. 그런데 300만원, 쓰기는 쉬워도 저금하려면 월 10만원씩 30개월이나 모아야 합니다. 신용불량자,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되는 이유는 단순해요. 소득보다 지출이 많으면 그렇게 됩니다. 젊을 때부터 신용관리를 해야 합니다. 이런 걸 예방·관리하는 게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김윤영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59·사진)은 지난달 29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서민금융서비스를 지금보다 더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이 3년 임기로 지난 2014년 4월부터 이끌고 있는 신용회복위원회는 과도한 빚으로 어려움에 처한 금융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를 돕는 기구다. 채무상담과 소액금융·신용보증지원을 비롯해 개인회생·파산은 물론 취업도 돕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예방하는 신용관리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날 신용회복위원회가 체계적인 서민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으려면 '서민금융진흥원'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정대로라면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관련 법이 올해 4월에 통과됐어야 했는데, 지연되고 있다"며 "개인회생·파산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싶은데 신복위는 비영리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법적인 뒷받침이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김윤영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사진/신복위
 
-그동안 이전 위원장들과 다르게 집중했던 과제는 무엇인가.
 
▲이전 위원장들과 다른 건 아니고, 연결 선상에 있다. 신복위의 역할 중 하나인 신용관리교육의 프로세스를 더 발전시키고, 연계 체계를 강화했다. 예전에는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들에게만 취업 알선을 했는데, 지금은 상담하는 모든 분들께 지원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 확대를 통해 더 어려운 분들을 발굴하고 있다. 고객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취지다. 가령 어떤 분이 자신의 채무를 열심히 갚았다면 혜택을 줘야 한다는 관점에서 소액신용카드를 발급해주는 게 새롭게 한 일이다. 금융감독원과 신용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도 기울였다. 예전에는 채무조정하러 찾아왔다가 소득기준 때문에 돌아가는 경우가 있었다면, 지금은 개인회생·파산 관련 다른 채무조정제도가 있다고 안내하는 등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다. 아울러 정부하고 '드림셋'이라는 사업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하는 걸 지원하는 건데, 신복위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금융채무불이행자를 대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고, 예컨대 10만원 씩 적립해 채무조정을 할 수 있는 사업이다.
 
-성과가 있었나?
 
▲금융위원장도 "채무조정하는 사람이 급전이 필요해도 금융사에 접근이 안 되고 있는데 신복위가 소액신용카드 발급해주니 긴요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걸로 모든 걸 이뤄냈다고는 말하기는 어렵지만, 제도를 시행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야겠다. 직원들이 고생이 많다. 추가로 인원이 필요한데, 인원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취업지원 관련 인원을 보강했지만, 기존 인원을 그곳에 더 보낸 것에 가깝다. 정규직은 240명이고, 콜센터는 120명이다. 연간 예산은 거의 매년 350억원으로 똑같다.
  
-직원들과는 자주 소통하나?
 
▲직원들을 편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들 속에는 안 들어가 봐서 잘은 모르지만.(웃음) 자주 얘기를 나누고 토론하려고 한다. 공식적인 회의가 아닌 편한 자리에서 소주 한잔 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신용회복위원회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새롭게 나타나는 신용불량의 유형과 이에 대응할 방법이 있다면.
 
▲가계부채가 그렇게 늘어갈 것 같진 않다. 다만, 취업난이 너무 심하다보니까 대학생들과 청년층이 신용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건 일자리를 창출해서 해결하는 영역이 있을테고, 채무조정을 해야 하는 청년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대학생·청년 햇살론'과 같은 생활자금 대출도 해주고 있다. 더 나아가 대학생들이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신복위는 대학교들과 협의해서 신용교육 교재를 정규 과목으로 채택시키고 있다. 아울러 평균수명이 늘어나다보니까 부채가 많은 노년층을 관리해야 한다. 정부(금융위)에서도 최근 노후행복설계센터를 론칭했다. 서민을 위한 '프라이빗뱅킹(PB)' 기능을 하는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을 출범하면 운영할 예정이다.
 
-신복위 통계를 보면 개인워크아웃 신청자 가운데 30대가 가장 많았다. 대안은?
 
▲결혼이 늦어지면서 관련 지출이 해당 시기에 늘어나지만 취업은 안 되고 그런 면에서 30대 개인워크아웃 신청자가 많아졌다. 청년과 대학생 층을 계속 교육하고, 채무를 유예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겠다. 
 
-신복위와 법원이 연계해 개인회생이나 파산·면책사건을 전담 재판부에 보내 절차가 빠르게 진행하도록 돕는 '채무자 구제 패스트트랙'의 실적이 기대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있다. 
 
▲인력 문제가 있다. 우리고 그렇고, 법원 쪽 인력도 부족해 아는 인력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 앞으로는 신복위가 변호사를 직접 채용해 신복위가 만든 문서의 공식 효력을 확대하는 등 대응해 나가겠다.
 
김윤영 신복회복위원회 위원장.사진/신복위
 
-서민금융진흥원의 설립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진흥원은 서민금융 관련 종합적인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 설립이 필요하다. 신복위를 채무조정하는 곳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채무조정과 소액대출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분들이 경제활동에 복귀하도록 도와드려야 한다. 근본적으로 자활할 수 있는 지원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 채무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예방교육을 진행해도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공동체로서 이들을 구제해주는 해주는 제도를 활용하도록 돕는 모든 프로세스가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기관이 상당히 많다. 저도 사실 잘 모른다. 미소금융 창업자금 대출, 햇살론, 국민행복기금 등등 이런 게 산재해 있는데, 어려움이 있어도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른다. 은행을 가야 할지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 가야 할지. 불이 나면 119에 하고 도둑맞으면 112에 신고하듯 그런 식으로 서민금융 관련 어려움을 겪을 때 진흥원이라는 게 있으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거기에 가면 원스톱으로 서비스 해주는 그런 게 필요하다. 진흥원이 되면 금융사와의 연계를 더욱 확대하고, 파산 지원과 관련한 법원의 지원도 강화할 수 있다. 올해 안에 설립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 기관에서 채무조정과 대출지원을 하면 이해충돌이 우려된다고 하고, 금융위 직원 일자리 늘리기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한다.
 
▲국민행복기금도 그렇게 하고 있으나, 그 안에 있는 위원회는 채무와 대출 관련 의사결정기구가 다르다. 진흥원이 되면 더 강력하게 처리된다. 이해상충은 지금보다 더 없어질 거다. 금융위원장도 공개석상에서 금융위는 안 하겠다고 했었다.
  
-신복위가 은행 등 채권자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비판도 있다.
 
▲서민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제도를 보더라도 금융사 위해서라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금융사들도 우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웃음) 금융사와 서민을 놓고 보면, 사실 서민을 먼저 생각한다. 가령 "이 분은 고령이고 75세인데 감면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못 받는 것보단 낫지 않느냐"며 설득하고 있다. 물론 금융사와는 윈윈 관계다. 채무조정 등의 지원을 해주면 채무자들이 빚을 갚아나가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신복위가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다면?
 
▲선진국처럼 개인회생·파산으로 가기 전에 거치는 사전 상담제도가 필요하다. 채무자들이 공식적인 사전상담을 거치면 사적 채무조정업체로 가서 피해를 보지 않는다. 그게 더 공식화돼야 한다.
 
-임기 내 꼭 완성할 주요 과제가 있다면.
 
▲한국수출입은행과 캠코를 거쳤는데, 신복위가 하는 일이 진짜 공익성이 있는 일이라는 걸 느꼈다. 어려운 분들 서민들 돕는 프로세스를 좀 더 체계적으로 확립했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서민금융진흥원이 출범하면 많은 부분이 해소될 것이다. 종합적인 체제에서 서민들이 혜택을 봤으면 좋겠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