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이 연전연패하는 이유는 프레임 전쟁에서 여당에 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한 선거는 야당이 절대로 유리한 구조이다. 정권이 아무리 잘해도 부정적인 평가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재보선은 여당의 무덤이라고 말할까? 이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최근 재보궐 선거는 야당의 무덤으로 변했다.
이번 재보선은 정치 상황과 지역 기반을 고려해 볼 때 야당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였다. 최대 정치 현안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상승했다. 특히 수도권에선 그 숫자가 과반수를 넘었다. 정당 지지율도 새누리당은 떨어지는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상승하는 추세였다. 견고한 블록을 형성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율도 다소 떨어졌다. 야당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로 끝났다. 야권의 텃밭인 수도권에서도 패배했다.
차기 총선과 대선도 일찌감치 적신호가 켜졌다. 지역 선거라서 중앙에서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투표율이 너무 낮았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한 바닥 민심은 현실로 드러났다. 옛 말에 일엽락천하지추(一葉落天下之秋)라고 했다. 오동잎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천하에 가을이 온 줄 안다는 말이다. 작은 민심의 변화를 감지하는 정치적 예민함이 있어야 천하 대세를 거머질 수 있다.
야당 일부에서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헤아려 변화와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간 열 한 차례에 걸쳐 혁신안을 만들고 발표했다. 또 혁신인가? 국민은 말만 많은 혁신에 피로감을 느낄 뿐이다. 혁신은 말에 있지 않고 프레임의 전환에 있다. 대선 패배 후 2년 만에 당 대표로 복귀한 문재인 대표는 새로운 비전과 컨텐츠를 제시하고 못하고 있다. 오히려 여당이 던진 프레임의 덫에 끌려가기 바쁘다. 작년 세월호 침몰 사고, 올해의 메르스 확산, 그리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뒷북만 치고 있다.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반대가 높아진다고 저절로 야당에 표가 오는 게 아니다. 지난 재보궐 선거의 연이은 패배가 이를 입증해준다.
조지 레이코프 박사가 제시한 정치 프레임은 세가지이다. 원칙과 가치를 대변하는 심층 프레임, 현실에서 쟁점이 되는 이슈(아젠다, 정책) 프레임, 이슈를 전달하는 표현(메시지, 홍보) 프레임이 그것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는 메시지 개발에 실패했다. 결국 이슈를 가치에 결부시키지 못했다.
반면에 여당은 프레임 구축에 성공했다. ‘좌파 대 애국’ ‘부정 대 긍정’ 프레임으로 분명한 대립 전선을 구축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정화 이슈를 선제적으로 치고 나왔다. 야당이 이슈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상대편의 프레임을 단순히 부정하는 것은 단지 그 프레임을 강화시켜줄 뿐이다. 역사학자들의 국정화 반대 선언은 야당이 잘 해서 나온 게 아니다. 야당에 그냥 맡겨두기엔 답답하고 불안해서 거리로 나왔을 뿐이다.
야당의 무기력과 선거 패배는 그것에 그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국민들은 불안하다. 여권은 강해지고 견제와 균형은 무너진다.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가 계속되고, 오만과 독선을 막을 수 없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한 축이다. 새는 두 날개로 날고 수레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야당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다.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을 앞두고 야당은 강인하게 거듭나야 한다. 여권은 그동안 통진당 해산, 전교조 무력화,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일련의 프레임 전략 성공으로 보수화 물결을 이뤄냈다.
진보의 근본가치인 민생, 자유, 정의, 평등, 공동체, 인권, 통일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가치에 뿌리박지 못한 단순한 메시지로는 국민의 심금을 울릴 수 없다.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가치 프레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그 바탕 위에 아젠다와 정책을 만들고, 메시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더 이상 빨간색은 생각하지 말고, 파란색만 생각해야 한다. 아니 초록이나 연두색이라도 좋다. 60년 야당사에 걸맞는 새로운 프레임 구성을 위한 치열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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