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의 양자 정상회담에서 최근 미·중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중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적이 없는데, 리 총리 역시 같은 태도를 취한 것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또 과거사나 역사인식 등 일본과 관련된 문제도 거론하지 않은 채, 한·중 양자 사이에 다뤄야 할 의제에만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날 회담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박 대통령과 리 총리는 류윈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방북 이후의 한반도 정세와 북핵 및 한반도 통일 문제 등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고 앞으로 이 분야에서 양국간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있었던 류 상무위원의 방북은 3년가량 껄끄러웠던 북중관계 복원의 신호탄이었다. 북한은 그 방문을 계기로 장거리 로켓 발사 카드를 일단 내려놓았다. 리 총리는 이날 박 대통령에게 류 상무위원의 방북 결과를 사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북핵 불용 및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 반대 등 북핵·북한 문제에 대해 한·중 양국이 공감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하며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리 총리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안정이라는 한·중 공동의 이익 확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협력하는 가운데 6자회담의 재개 등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인내심을 갖고 지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회담 내용을 보면, 리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중국은 반도(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수호하고 비핵화 목표와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청와대는 리 총리가 비핵화를 먼저 언급했다고 전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평화안정 수호’의 원칙을 비핵화 원칙보다 먼저 언급했다고 소개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또 리 총리가 “관련 국가들은 당연히 현재 반도의 전반적인 긴장 완화 추세가 거꾸로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반도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리 총리는 남북 양측의 관계 개선과 화해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노력을 굳건하게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가 비교적 강한 어조로 대화와 협상 필요성을 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통상 분야에서의 협력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리 총리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발효 ▲한국의 '제조업 혁신 3.0'과 중국의 '제조 2025' 전략간 연계를 통한 창조혁신 분야 협력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연결 전략) 연계를 위한 협력사업 발굴 ▲위안화 활용도 제고 및 금융협력 강화 등에 합의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중국 상하이에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을 개설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사상 최초로 위안화로 표시된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한국의 창조금융 육성 경험이 중국의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상하이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로 국내 기업들의 환 리스크의 부담이 줄어드는 계기가 마련됐다"면서 "중국에서 타국의 국채를 발행하게 된 것은 한국이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3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 양해각서(MOU) 서명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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