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면서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역할이 강화되고,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재편된다.
금융위원회는 1일 산은이 장기간 보유한 비금융회사 91개를 3년 간 집중 매각하고, 여기서 확보한 자금은 미래성장동력 산업을 발굴·지원하는 실탄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은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출자전환과 중소·벤처 투자 등의 목적으로 비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5%이상 출자한 비금융회사 377개, 15% 이상 출자한 비금융자회사 118개를 각각 보유하고 있으며 총 장부가액은 11조5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매각처리가 지연되면서 정책금융의 선순환구조가 깨진다는 데 있다. 장기간 투자가 진행되면서 신규 투자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회사 118곳 가운데 5년 이상 투자한 기업은 92개로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일부 비금융 회사는 경영정상화를 이루고도 매각 시기를 놓쳐 다시 부실에 빠지는 점도 장기 투자의 폐해로 지적된다. 산은이 비금융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데다가 경영관리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그동안 비금융자회사를 매각할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잘 활용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정상화된 기업들은 시장에 바로 매각해 정책금융의 신진대사 기능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신속·시장가치 매각' 원칙에 따라 장기 보유 중인 비금융회사를 3년간 집중 매각할 방침이다. 대상은 정상화된 출자전환 기업 5개와 5년 이상 투자한 중소·벤처기업 86개를 합쳐 총 91개다.
앞서 산은은 지난 29일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대우조선의 부채 비율을 420%까지 끌어내린 뒤 2019년쯤 정상화 작업을 완전히 끝내고 민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매각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산은은 비금융회사 매각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집중매각에 관련한 임직원에 한해 고의·중과실이 없을 경우 면책을 주기로 했다. 아울러 홍기택 산은 회장을 비롯해 집행임원, 사외이사,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자회사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비금융회사의 '취득-관리'매각' 등 전 과정을 관리할 예정이다.
경기민감·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업무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조선·해운·건설·석유화학·철강·자동차 등 이른바 경기민감 산업을 대상으로 여신 심사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니터를 강화할 방침이다. 한계기업은 수시·정기 기업평가를 통해 부실징후 기업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수익성 개선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민감업종에 대한 은행권 전체 대출(168조3000억원) 가운데 기업은행과 산은이 차지하는 비중은 32.9%(55조4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조선과 해운 등 민감산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뒷걸음 치고 있는 상황에서 시황 회복 시기마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경기민감 업종에 대한 지원이 계속되더라도 결국 해당 기업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보고, 미래성장동력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또 시중은행 부실채권 관리회사에서 이달부터 부실구조조정 회사로 확대 개편하는 유암코(연합자산관리)와 구조조정에 대한 협업도 추진한다. 유암코가 중견·일반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채권기관이 분산된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경우 유암코로 의사결정을 단일화해 신속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손 국장은 "유암코는 올해를 넘기지 않고,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산은이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도 일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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