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이 돌아왔다.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 바로 그날 저녁 JTBC를 통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인터뷰가 나왔다. 인터뷰가 방송된 시간과, 채널, 그 내용이 삼박자를 맞춰 메시지를 구현하고 있다. 전략적 선택이다. 동시에 이제 거리낄 것이 없다는 선언이다.
유승민의 인터뷰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 몇 가지 있다. ‘정권교체가 목표고 정의라고 생각했었지만 그게 아니더라. 국정을 잘 하는 게 중요하더라’ ‘나와 가깝다는 이유로 공천학살이 자행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김무성과 나는 다르다‘ ’꿈이 없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다‘ 등. 그는 같은 날 <the300>인터뷰에서는 "수도권에도 초·재선뿐 아니라 3선과 4선 중에서도 당의 새로운 길을 같이 모색하자는 분들이 제법 있다"까지 말했다.
유승민의 이 말들은 모두 정확한 목표물을 지니고 있다. 제각각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일반 국민을 향하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해선 실망감을 가감 없이 표출했고 김무성 대표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으며 자연스럽게 국민 앞에서 자기 정체성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수도권 중심 원조 쇄신파에 손을 내민 점이 흥미롭다.
어쨌든 ‘살아남기’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해야 할 사람이, 상당히 멀리 내다보고 있긴 하다. 그런데 발밑만 보면 못 살아남고 멀리 내다봐야만 지금도 살아남을 수 있다.
흔히 친이계로 불리지만 새누리당 원조쇄신파는 따져보면 깊고 넓은 집단이다. 2002년 대선 이후 탄핵과 차떼기 파동으로 한나라당이 궤멸적 위기에 처했을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를 만든 주역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2007년 대선 앞에선 당심보다 민심의 우위에 있는 이명박을 선택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선 박근혜라는 순리를 따랐다. 거꾸로 보면, 쇄신파와 손을 잡아야, 최소한 척은 지지 않아야 큰 뜻을 이룰 수 있단 이야기가 된다.
어찌보면 새누리당 내에서 지난 십여 년 동안 인적으로나 정체성으로나 큰 부침없이 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집단은 이들이 유일하다. 이들이 빠져버리면 새누리당이 말 그대로 ‘꼴통 정당’이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던 당의 리더와 지지자들은 그들을 밖으로 내몰진 않았다.
이제 이들은 삼선, 사선 의원이 됐고 경기도를, 제주도를, 대구광역시를 책임지고 있다. 그리고 2017년 대선, 2022년 대선을 내다보고 있다.
‘신보수’를 내세우는 유승민과 이들이 결합한다면? TK가 수도권에 대한 ‘씽크로율’을 높인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면 새누리당이, 아니 대한민국이 아마 크게 바뀔 것이다. 좋다. 유승민 본인 말마따나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다.
그런데 어려운 꿈이다. 세세하게 보면 다른 점이 있지만, 유시민이 실패했고 김부겸이 악전고투하고 있는 목표다. 박정희와 박근혜라는 봉우리 두 개를 지닌 큰 산을 건너야 이룰 수 있는 꿈이다.
많은 사람들이, 외지인들이 유승민은 그 산을 넘기를 응원할 것이다. 박수를 칠 것이다. 하지만 유승민이 자신의 힘으로 그 산 중턱에라도 올라가는 걸 봐야 힘을 보태줄 것이다. 유승민이 “익숙하고 안온한 레거시‘(유산)가 아니라 미지의 변화와 미래를 선택하자”고 자기 지역구민들을 설득하는 지를 보고 손을 내밀 것이다.
그래서 유승민은, 아직은 단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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