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중국 증시 폭락과 맞물려 신흥국까지 확대되며 또 한 번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러한 위기감을 생각해보면 10월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빠른 회복은 다소 의외의 반응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빠른 회복은 신흥국 위기 확대가 오히려 선진국의 유동성 확대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를 약화시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글로벌 증시가 변수에 예민했던 3분기를 뒤로 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흥국 위기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2015년 신흥국들의 경제성장률은 약 4%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약 17개 국가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표로만 본다면 침체는 아니더라도 신흥국의 위기는 분명하다.
경제악화는 자연스럽게 유동성 위기로 이어진다. 신흥국은 상품시장 위축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외채는 증가한다. 수출액 대비 외채 비율은 100% 를 넘는 위험 수준으로 상승한다. 부채비율 상승으로 차입비용이 상승하고, 외채상환 역시 어렵게 된다. 상환이 지연되면 해당 국가의 채권은 채무 불이행되고 구제금융 과정에 진입하게 된다. 구제금융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의 구조조정 및 긴축정책으로 신흥국 경제는 더욱 고통 받게 된다.
신흥국이 경기침체나 유동성 위험에 놓여져 있고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의 파급은 과거보다 커져있다. 신흥국의 구매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미 선진국을 넘어섰고, 2015년 그 비중은 약 58% 수준까지 확대가 예상된다. 현재 신흥국 수요는 선진국 수요보다 세계 경제 회복에 더 중요한 변수가 됐다.
신흥국 위기는 실물경제에 있어 수요 약화와 교역 위축을 초래하고 금융시장의 경로를 통해 선진국의 위험으로 확산된다. 자본유출 상황에 직면한 신흥국의 경우 외환시장에서 달러가격이 상승하며 자국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한다.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공급이 필요하며 이때 신흥국은 외화 자산, 대표적으로 미국 국채를 매도하게 된다.
즉 신흥국 위기가 고조되어 대표적 외화자산인 미국 국채 매도가 확산되면 글로벌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바로 미국 시장에서 금리상승 위험이 발생되는 것이다. 경기회복에 따른 후행적 금리상승이 아닌, 자산매각이나 유동성 위험에 따른 선제적 금리 상승은 회복세에 접어들기 시작한 경기 회복을 저해한다.
신흥국 위기와 이에 따른 부정적 파급을 예상한다면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은 현재의 시장 다수의 전망대로 미뤄지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미국 내 고용증가 등 경제지표의 호전이 나타나고 있지만 신흥국 위기를 거쳐 실물이나 금융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전이돼 우려가 다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이나 세계은행 등이 미국 연준에게 연내 금리인상 시행이 예상치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로 풀이된다.
지난 3분기 우려와는 다른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강세 현상은 미국의 금리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추가적인 양적 완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와 지급준비율을 함께 인하한 데 이어 추가적인 인하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일본 역시 추가적인 양적 완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결국 현재의 경기 둔화와 디플레이션 우려. 그리고 신흥국의 위기감 고조는 미국 금리인상에서 시작되는 글로벌 유동성 축소 가능성 보다 오히려 유동성 확대의 이유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유동성 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유동성 랠리를 전제로 한 투자 판단 역시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회복을 위한 시간과 조건을 제공한다. 경기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한국 경제에는 반가운 현상이다. 문제는 우리 역시 경제 회복을 위해 남아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의 저금리 상태에 취해있기 보다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구조적인 개혁이나 기업들의 경쟁력 회복, 그리고 소비주체들의 체력 회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투자자산의 가격은 한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경제 펀더멘털이 확인되고 기업 실적이 하향보다는 상향 전망이 많아 진다면 투자자들은 돌아올 것이다. 한국 시장의 저 평가 매력과 투자 메리트가 한 단계 상향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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