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이대로 안된다…부실관리에 갑질논란까지 '적폐' 심각
부실채권 비중 금융권 1위…쏟아부은 돈만 10조, 3조는 회수 불투명
골프 접대는 기본에 낙하산·막말 논란까지…"갑도 이런 갑이 없다"
2015-10-28 07:00:00 2015-10-28 07:00:00
1954년 자본금 4000만원으로 설립된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기준 자산 167조7247억원의 국내 대표 국책은행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 등 민간 금융기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역할을 주도하며 산업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자임해왔다.
 
하지만 폐해도 분명했다. 정치권과 당국에 휘둘리기 일쑤인 데다, 최근에는 기업 부실관리, 낙하산 인사, 각종 특혜 및 비리 의혹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산업은행의 고질적인 폐해들이 민낯을 드러내면서 뭇매를 맞았다. 급기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이 주도해온 기업 구조조정을 전문성 있는 기관에 넘기고 산업은행의 자회사를 대거 매각하는 내용의 '정책금융 역할 강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부실기업에 10조 투입…3조는 회수조차 불투명
 
취재팀은 지난 열흘 간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과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도움을 받아 산업은행이 관리 중인 구조조정 기업 리스트와 채권액 및 비율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정우택 의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관리 중인 기업은 지난 2011년 51개사에서 2013년 82개사, 지난해 115개사로 매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 부실기업에 쏟아부은 산업은행의 채권액은 10조541억원으로, 이는 금융권 총 채권액(29조355억원)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자료=산업은행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이 45개사, 금액으로는 9조4952억원이다. 대기업에 94.4%의 채권이 집중돼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은 53개사(5049억원·5.0%), 중견기업은 1개사(540억원·0.5%)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STX조선해양(2조7405억원), 대한조선(1조3121억원), 신아에스비(2787억원), 신광산업(194억원) 등은 산업은행의 채권액만으로도 해당기업의 총자산을 훌쩍 뛰어넘는다.
 
더 큰 문제는 산업은행의 부실채권 비중이 시중 대형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을 통틀어 가장 높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의 대출금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분류되는데, 부실채권은 정상을 제외한 나머지 4개를 일컫는다. 정상적으로 원금과 이자 납입이 이뤄지지 않는 여신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감독원이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은행별 부실자산 현황’을 보면 지난해 6월 총 여신 105조5000억원 중 2조6000억원(2.51%)이 부실채권이었다. 이는 조사대상 은행 18곳 가운데, 우리은행(2.51%)과 함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6월 현재 산업은행 총 여신 124조7000억원 가운데 3조원(2.44%)이 부실채권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일반은행 평균 부실채권 비율 1.30%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는 정치권과 당국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구조적 특수성과 해당 부실기업들에 막강한 권한을 누리는 산업은행 일부 고위층의 도덕적 해이 탓이라는 게 금융권 지적이다. 산업은행이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부실 여신 적발건수(지적건수)는 2013년 7건, 2014년 5건, 2015년 8월 18건으로 올 들어 급증했다. 이 같은 천문학적 액수의 부실 여신에도 관련자 징계는 최근 4년간 면직 1명, 감봉 4명, 견책 9명으로 솜방망이에 그쳤다.
 
이에 대해 오신환 의원은 “산업은행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일벌백계를 통해 부실여신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책은행으로써 공정하고 투명한 여신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부실로 자회사 관리 '도마'…"낙하산이 부실 원인"
 
산업은행이 주인 행세를 하는 자회사에 대한 부실관리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을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5000억원에 육박하는 흑자를 냈지만, 올 상반기 해양플랜트의 공기 지연이 뒤늦게 회계에 반영되면서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 해외 자회사 손실분까지 포함할 경우 2조원의 추가 적자가 예상되면서 올해 영업손실만 총 5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23일 채권단 회의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약 4조원의 자금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노조 동의가 전제가 된 고강도 자구계획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이변이 없는 한 자금 지원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산업은행의 관리 속에 이처럼 초대형 부실이 발생하고, 이를 덮기 위해 또 다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는 데 있다. 김열중·김갑중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며, 이영제 대우조선해양 감사위원 역시 산업은행 기업금융4부장이라는 점에서 관리감독 기관으로서의 책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에도 산업은행이 관여한다. 일각에서는 유임을 노린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이들 사이의 유착을 통한 분식회계 의혹도 제기했으나 당사자들은 한사코 부인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은 산업은행 출신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초우량 기업을 내부에서부터 병들게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산은 출신들은 사외이사, 감사실장, 부사장(CFO), 상무이사 등 요직을 꿰차고도 월급만 챙겨가거나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며 부실의 원인을 낙하산 인사에서 찾았다.
 
지난 6월 기준 대우조선에 재취업한 산업은행 임직원은 김시형 총재(사외이사. 2001.1~2006.3)를 시작으로 허종욱 이사(사외이사. 2006.3~2009.3), 신대식 부행장(감사실장. 2006.5~2008.10), 김유훈 부행장(부사장 CFO. 2009.3~2012.3), 김갑중 부행장(부사장 CFO. 2012.3~2015.3), 김열중 부행장(부사장 CFO, 2015. 3~현재) 등이 대표적이다.
 
권영민 기업금융4실장(비상무이사. 2012.3~2014.3), 이영제 기업금융4부장(기타비상무이사. 2014.3~현재) 등은 산업은행 직책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에 관여했다.
 
◇무소불위 구조조정본부…재계 원성 자자
 
산업은행을 향한 기업들의 볼멘소리는 특히 구조조정본부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월20일 기준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중인 기업은 ▲워크아웃 43개사 ▲법정회생절차 43개사 ▲자율협약 13개사 등 총 99곳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1·2실에서 관리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STX조선해양·동부그룹에 대한 형평성 논란은 재계에서 여전히 회자되는 단골 메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대내외 석상에서 산업은행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사재(3300억원) 출연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박 회장이 내놓은 담보 금호생명 주식 77만주(222억원)와 금호산업 주식 30만주(40억원), 전남 나주와 경기도 화성에 있는 묘지 지분과 부동산 등은 그 가치도 떨어지는 데다 처분 또한 힘들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갑질 논란도 제기됐다. 산업은행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A부장은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지만, 경고 조치로만 끝났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골프 접대 의혹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접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또 지난 2010년 워크아웃 중이던 금호타이어의 해외공장 설립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현대·기아차가 납품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 채권단을 설득해 밀월관계를 의심받기도 했다. 이에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B비서관이 관련자료를 산업은행 구조조정본부에 요청했으나, 오히려 A부장이 막말을 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현재 안철수 의원실에서 근무 중인 B비서관은 "산업은행이 찾아와 사과를 하면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중인 D기업 고위 관계자는 "국회에도 그러는데 우리야…"라며 "마치 죄인 취급하듯 모든 문제가 경영자의 책임이고, 경영 실패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고압적인 말투와 태도에 대한 기업들 원성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다.
 
A부장은 막말 사태로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지만 한 달 뒤 구조조정본부로 복귀한 데 이어 본부장으로 승진까지 해, 기업들을 놀라게 했다. 구조조정 분야에서만 20년 가까이 일하며 잔뼈가 굵은 터라, 내부에서도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교수 출신인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기업 구조조정에 관해서는 사실상 문외한이라 본부장이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본부장이나 파트장들을 상대편에서(구조조정 기업) 봤을 때는 냉정하고 고압적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면서 “기업은 회생을 위해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에 나서려 하고, 우리는 부실기업을 솎아내야 하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이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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