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방송인 박경림은 연기자도 가수도, 코미디언 출신도 아니다. 하지만 연기, 진행, 예능, 심지어 노래까지 못하는 것도 없다. KBS2 FM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로 처음 방송국에 들어온 뒤 각종 예능을 섭렵했고, MBC '뉴 논스톱'에서 연기도 선보였다. 2001년 처음 신설된 MBC 방송연예대상 최연소 대상 출신이다. MBC '동거동락', SBS 'X맨' 등을 통해 정점에 서있던 박경림은 최근 동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을 위해 부단히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아줌마를 정조준한 콘서트 '여자의 사생활'을 진행하는가 하면 도서 '엄마의 꿈'도 발간했다. 매일 오후 2시에는 라디오를 통해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고 있다. 이밖에 각종 오프라인 행사 등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박경림의 꿈을 들어봤다.
박경림. 사진/코엔스타즈
내 주위 엄마를 생각하게 된 계기
1년 전 11월, 박경림은 아줌마들을 위한 콘서트 '여자의 사생활-新바람난 여자들'을 진행했다. 육아와 남편, 고부갈등에 지친 엄마들을 위해 스트레스를 한껏 풀어주는 시간이었다. 단순히 웃고 즐기는 게 아니라 엄마들의 마음을 다독거리려는 듯 배려가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그리고 1년 후 '잘 나가는 여자들'로 타이틀을 바꿔 또 한 번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도서 '엄마의 꿈'을 발간했다. 배우 홍은희, 신은정, 채시라, 뮤지컬 배우 전수경, 영화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여자 핸드볼 감독 임오경, 소설가 하성란 등 워킹맘 18명을 만나 엄마의 삶을 공유했다. 엄마 100명과 강원도 정선으로 기차여행도 떠났다. 방송인이면서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박경림은 계속해서 엄마를 타깃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뭐든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했어요. 결혼하고 아이 낳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다보니까, '내 또래 여자들에게 필요한 건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시대 아줌마들이 원하는 건 뭔가 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공연도, 책 집필도, 여행도 하게 된 거 같아요."
박경림은 엄마들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풀 데가 딱히 없다고 생각했다. 스트레스를 풀어줄 공간을 만드는 건 어떨까 2012년부터 계속 고민하던 중 지난해 초부터 공연을 기획하게 됐고 지난해 11월 '여자의 사생활 시즌1'이 탄생하게 됐다.
박경림 토크콘서트 '여자의 사생활- 잘 나가는 여자들' 포스터. 사진/코엔스타즈
박경림의 세심한 배려 '여자의 사생활'
토크 콘서트 '여자의 사생활'은 굉장히 알차고 바쁘게 흘러간다. 연극, 노래, 영화, 샌드아트, 토크 등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이다. 정우성, 송승헌, 이진욱, 하정우, 윤도현, 임창정 등 국내 최고의 스타들도 얼굴을 비춘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놀 때 놀고 생각할 시간도 가졌다가, 울 시간도 주고요. 지루할 틈 없게 만들려고 했어요. 영화 제작발표회 MC를 하다 알게 된 배우들에게 요청을 하는데 모두가 흔쾌히 하겠다고 해요. 정말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에요. 팬을 얻고 가는 마음이 들어서인지 스타 게스트들도 굉장히 만족해해요."
또 하나는 선물이다. 신나게 놀다보면 당 떨어질 것을 예상해 초콜릿을 준비하는 건 그냥 재미일 뿐이다. 진주 목걸이, 핸드백, 100만원 상당의 성형외과 시술권 등이 관객 일부에게 돌아간다. 공연을 찾은 모두에게 파우치와 립스틱, 다이어리, 휴대전화 케이스, 영화관 관람권 등이 돌아간다.
"뜻을 같이 하는 기업도 많아서 협찬도 많이 받았고요. 그래서 선물도 많아요. 우리 엄마들이 돈을 자기를 위해서 안 써요. 남편이나 애가 먼저지. 내 공연을 찾아온 여자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해요. 그들이 행복하게만 돌아갈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실제로 공연을 보면 문득 "남는 게 있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티켓 값이 7만원 정도인데 선물 값만 그 정도가 된다.
"그 걱정을 관객들이 하더라고요. 다행히도 조금은 남아요. 저한테 떨어지는 게 있겠더라고요. 그 부분은 기부를 할 생각이에요. 돈은 다른 곳에서 열심히 일해서 벌면 되잖아요. 사실 이 말을 공연 전에 말하지는 못해요. 기부하겠다고 해놓고 적자 나면 기부 못하잖아요. 지금 생각해놓은 기관도 있어요. 여자들을 위한 기관이요."
그는 공연에 대한 피드백을 만끽하고 있었다.
"주위 분들 중에서 엄마를 모시고 와서 보여주시곤 정말 행복해 하세요. 그리고 고맙다고 해주고요. 저랑 같이 일한 스태프들이 '5일이 하루처럼 느껴졌다'고 해주더라고요. 얼마나 고마운 말이에요."
박경림. 사진/문학동네
박경림의 꿈
박경림은 영화 제작보고회의 여왕이다. 대부분의 대작 영화는 개봉 한 달 전 제작보고회를 열고 본격적인 홍보에 들어간다. 그 출발이 제작보고회다. 거의 모든 대작에 박경림이 진행을 맡는다. 현장에서 영화의 키워드를 정확히 뽑아내는 능력은 박경림이 국내 최고다. 물 흐르는 듯한 애드리브의 탁월함이 매번 돋보인다.
"제작보고회는 나를 트레이닝 하는 현장이예요. 기자들은 아무런 리액션이 없잖아요. 웃지도 않고, 그냥 나 혼자서 떠드는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어떤 현장에서든 긴장되거나 당황스럽지 않아요. 진행면에서 실력이 늘기 굉장히 좋은 현장이지요."
훌륭한 입담과 진행 능력을 갖고 있지만, 최근에는 방송활동이 뜸한 상태다.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JTBC '살롱드림' 정도가 그가 출연하는 작품이다. 방송인으로서는 정점에 있었던 그는 현재의 입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같지 않아 보이기는 하죠. 하지만 영화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등 어떤 방식으로 제가 표출되고 있잖아요.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몇 년 전 만해도 굉장히 조급했어요. 무기력한 때도 있었죠. 그럴 때 나름대로 바쁘게 보내는 게 중요해요. 사람들이 알아주든 몰라주든 내 스스로가 알게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거요. 저는 지금 방송 외적으로 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어요."
그러면서 그가 원하는 건 '소통'이라고 했다. 평생 소통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 방식이 꼭 방송이 아니어도 좋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의 목표가 당장 이뤄지는 건 욕심이라고도 덧붙였다.
"방송 출연은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쓰여지는 거지. 지금 뭐랄까, 저 자신이 폭 넓어지려고 하는 과정이에요. 저는 나랑 제일 잘 놀아주고,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내 대신 싸워주고 싶은 이미지의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매일 매일 라디오를 통해 그렇게 하고 있고요. 대중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뭐든지 다 괜찮아요. 다양한 경험으로 폭 넓어진 모습이 방송을 통해 비춰져도 좋고요. 안 그러면 어때요. 어떤 방법으로든 소통하며 살기만 하면 돼요. 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초등학교 때 10년 이상 꿈을 꾸고 노력해서 기회가 왔어요. 이제 다시 노력하고 꿈을 꿀 때죠. 지금 조급해하는 건 욕심 같아요."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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