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독일과 예멘이 통일되었을 때 우리 국민들은 그들을 많이 부러워했다. 1989년의 탈냉전에 의해 새롭게 형성된 세계질서의 기운이 한반도에도 미쳐서 우리도 통일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탈냉전 세계질서 변화는 동북아까지 확산되지 않았고, 북한이 자립성과 자주성을 바탕으로 생존해냈기 때문에 한반도의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북한 체제의 위기가 시작되면서 북한의 붕괴와 흡수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특히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북한을 흡수하는 식의 통일에 대한 전망을 하게 되었다.
당시 당위론적인 통일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전개될 상황들, 특히 경제통합과 사회통합 문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었다. 북한이 붕괴될 경우 소요될 흡수통일 비용이 얼마가 될지에 대해 많은 경제학자들과 경제 단체들이 앞 다퉈 계산하기 시작했다. 일부 전문가는 통일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통일의 기회가 오더라도 일정 기간 지연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통일 가능성도 높지 않고 통일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생각하는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긍정적 사고와, 통일이 목전에 현실로 다가왔을 때의 통일에 대한 시각은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통일이 실제 눈앞에 다가오면 그 통일이 국민 자신들에게 주는 득실을 따지게 된다.
2014년 12월 통일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9.3%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통일이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34%에 불과했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사람들 중 절반이 통일이 다가왔을 때 자기에게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통일을 반대할 잠재성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유럽 통합 과정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1992년 유럽공동체(EC)에서 유럽연합(EU)으로 통합을 심화하기 위한 마스트리트 조약이 체결되었다. 이전에는 경제통합만 추진했으나 국가 주권에 변화를 초래하는 정치통합까지 확대되면서 이 조약에 참여한 국가들은 국민들의 비준을 받아야 했다.
마스트리트 조약에 대한 찬반을 묻는 덴마크의 국민투표에서는 49대 51로 부결되었다. 통합이 느슨하게 진행될 때는 덴마크 국민들이 통합에 대해 별 반대 의사를 보이지 않았지만 통합을 목전에 두고는 실제 통합이 되었을 때 자기들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계산을 한 것이다.
작은 국가이지만 낙농업으로 부유한 생활을 해 온 덴마크 국민들은 유럽 통합이 되면 그리스, 스페인 등 빈곤 국가들에 부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게 되었다. 이 우려가 조약비준 부결로 나타난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 통합은 지연되었고, 결국 덴마크 국민들이 우려하는 점에 대해 특혜를 줌으로써 재투표를 통해 통과되었다. 특혜 조치 중에는 덴마크가 유로화 사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우리의 통일 과정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특히 ‘기득권층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통일의 장애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통일이 되면 위상이 약화되는 직업이 있을 것이고, 특히 경제적으로 부를 누리고 있는 계층이 자기들의 부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통일에 대한 찬성을 유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시켜 주기 위해서는 통일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국가들의 통합을 연구하는 통합이론에 따르면, 통합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는 통합을 하는 국가들의 경제적인 격차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가 줄어들어야 통일에 대한 국민 개인의 우려를 제거할 수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우리들이 북한이 부유해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문제이다. 일부는 북한이 부유해지면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면서 북한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통일은 대박이라는데 동의한다. 진실로 통일이 대박이 되게 하려면 지금부터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통일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 및 사회적인 장애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계동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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