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기업 구조조정 잰걸음…좀비기업 정리·유암코 개편
은행권 여신심사제도 정비…유암코, 채권 넘겨받아 기업 회생 주도
2015-10-21 16:12:06 2015-10-21 16:12:06
부실 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의 여신심사제도를 정비해 한계기업 퇴출 추진 방안과 유암코(연합자산관리)의 확대·개편안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이달 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른바 '좀비기업(한계기업)'을 정리하는 은행직원과 지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여신심사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좀비기업은 금융기관의 대출이나 보증 등 금융지원을 통해 간신히 버티는 기업으로, 한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은행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가 좀비기업을 유지하는 데 일조하고 판단하고, 여신이 많아야 높은 성과를 인정받는 기존 방식을 정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KPI는 은행직원이 관리하는 기업대출이 자산건전선 분류상 고정이하여신(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 되거나 정리대상 기업 대출로 분류되면 영업점 손실로 잡혀 개인성과 평가에 악영향을 주는 구조다.
 
문제는 이 같은 평가 구조가 좀비기업의 퇴출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신을 늘려야 하는 은행과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보조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정상기업의 자금 활용 기회가 차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좀비기업과 최접점에 있는 은행지점을 대상으로 제도를 정비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여신 많아야 성과 좋게 나오는 평가방식을 개편해 좀비기업을 정리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한계기업 퇴출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도, 여신심사제도 개편안에 대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기업의 경우 3년 이후 시장이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데 이를 획일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TF 팀을 통해 다양한 여신심사 평가기준을 마련해 당국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각 은행들이 한계기업 정리 수준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적립토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채권은행이 한계기업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을 경우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좀비기업 정리가 부실한 은행은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유암코의 확대·개편을 통해 한계기업 구조조정에도 가속도를 낼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채권단을 주도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을 유암코로 넘겨 기업 회생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현재 신한·하나·국민·기업·우리·농협·산업은행 등은 유암코에 각각 1400억~1500억원(총 2조원)의 대출약정액 준비를 마무리 중이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유암코는 총 3조2500억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유암코의 기능 강화에 대해 시중 은행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기존 민간 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보다 자금 지원 부담이 적고 유암코가 이미 탄탄한 조직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시중은행의 기업개선부 담당자는 "6년간 조직을 탄탄하게 구축한 유암코를 활용하는 것이 실패요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존속가치가 없는 좀비기업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의 기업구조조정을 조율할 수 있는 유암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지윤·김형석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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