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자축 파티로 끝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백화점만 20%대 신장…정기세일과 차별 없고 재래시장은 소외 '반쪽'
2015-10-15 17:54:43 2015-10-15 17:54:43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급조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지난 14일 종료됐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만족할만한 성적표는 아니라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마디로 백화점 정기세일 기간이 늘어난 그들만의 행사였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정기화 하겠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그다지 달가워하진 않는 눈치다. 이번 기간 나타난 문제를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행사 성공의 선결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피해에 대한 대책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린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의 주요 유통업계의 매출은 백화점을 필두로 모두 상향선을 그렸다.
 
백화점 업계 빅3는 모두 20%대의 신장률을 기록하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흥행 선두에 섰다. 롯데백화점은 전년 동기 대비 22.5%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하며 2011년 12월 송년세일 이후 약 4년만에 두자릿수 세일 신장률을 기록했다. 신세계(004170)백화점도 이 기간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8% 신장했으며, 현대백화점(069960) 역시 20.2% 상승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15%, AK플라자 역시 매출이 14% 신장하며 두자릿수 신장률을 이어갔다.
 
대형마트도 통상 명절 직후 역신장을 보여왔던 예년과 달리 플러스 성장을 보였다. 이마트(139480)와 홈플러스는 이 기간동안 각각 4.3%, 2.7%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하며 비수기임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롯데마트 역시 플러스 신장을 보였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매출은 크게 올렸지만 단지 평소 이 시기에 진행하던 가을 정기세일 기간을 닷새가량 앞당긴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동안 주요 백화점들은 포스터와 현수막 등에 '코리아 그랜드세일'이라는 세일 문구를 크게 키운 반면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문구는 그 밑에 작게 인쇄했거나 아예 없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부 주도의 무리한 할인은 단기간의 내수 실적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인해 소비 불씨를 지폈으면 그 이후에도 매출이 계속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소비자들은 정상가격에 물건을 구입하지 않으려 하고 계속해서 세일에 의존하게 되는 기형적인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매출신장률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이 중국 국경절 연휴와 맞물리면서 외국인 매출이 섞인 과장된 실적이며, 순수한 내수시장의 성장이라고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의 이 기간 중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4% 신장했으며, 롯데백화점 등 다른 백화점 역시 높은 비율의 신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출 비중을 집계할 수는 없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은 국내 소비자와 달리 1인당 객단가가 높아 일부 점포의 경우 전체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은 상당히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래시장과 외식업체 등로부터 외면받았다는 점 역시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 교수는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몰려있는 전통시장에 피해가 가면 안된다"며 "이 문제를 보완할만한 대책 없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연례적으로 진행하게 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식·프랜차이즈업계도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한 업체 수가 적고 할인폭 또한 미미해 '구색맞추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원사만 850여개에 달하는데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한 외식·프랜차이즈 기업은 CJ푸드빌, BBQ, 맘스터치, 커피베이 등 4개 업체 뿐이었다. 할인 혜택 역시 미미해 평소 진행하던 이벤트에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문구만 얹은 수준이었다.
 
가격 할인을 위해서는 가맹점과의 사전 협의가 필요한 업계의 특성을 무시한 채 블랙프라이데이를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전에 충분한 준비기간 고지와 지원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내년 역시 (행사에)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고객들이 행사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통해 유통업계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출 향선을 그렸지만 반쪽짜리 행사 논란 등 개선해야 할 사항도 적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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