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직무유기에…터전 위기 맞은 '고양자유학교'
21대 국회서 '대안교육기관법' 시행…재정 지원 빠져 '유명무실'
일산동구청, 고양자유학교에 '건축법 위반' 원상복구 통보
2024-05-29 18:09:16 2024-05-29 19:01:27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학교 밖 아이들이 국회의 직무유기로 '지원 사각지대'에 놓였습니다. 여야가 학교 밖 아이들을 품고 있는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에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안교육기관 지원을 위한 법안들의 심사를 미뤘고, 결국 29일 막을 내리는 21대 국회와 함께 자동 폐기됐습니다. 특히 여야가 사실상 '직무유기'로 시간을 보낸 동안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고양자유학교'(12년제, 초·중·고)는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 2020년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 (사진=뉴시스)
 
"시급성 떨어져", 방치된 '대안학교'
 
21대 국회는 교육분야 1호 법안으로 '대안교육기관법'(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대안교육운동 20여년 만의 쾌거로 평가받습니다.
 
대안교육기관법은 미인가 대안학교가 각 지방자치단체 교육감에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해 법적 지위를 부여받고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받는 걸 골자로 합니다. 공교육 테두리 밖에서 교육받고 있는 약 5만여 명의 학교 밖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준 겁니다. 
 
그런데 '대안교육기관법'의 치명적 허점은 재정 지원에 있습니다. 당시 교육위원회는 '대안교육기관법'의 통과를 위해 여야 간 이견이 풀리지 않은 재정 지원 부분을 제외하고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재정 지원을 위한 후속 법령 개정안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여야는 각각 재정 지원을 반영한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안교육기관 운영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발의했고,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도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21대 국회 교육위원회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개정안들을 폐기했습니다. 여당 교육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사립대학교 구조개혁 법안이나 학자금 대출 법안에 밀려 논의되지 않았다"며 "안건 상정을 요구했지만 다른 법안들에 비해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한 고양자유학교. (사진=고양자유학교)
 
사각지대 놓인 아이들…교실까지 잃나
 
학교 밖 아이들이건 학교 안 아이들이건 헌법상 교육받을 권리는 같은데요. 지원에는 차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안교육기관 관계자는 "일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법적으로 지원받고 있는 교복 지원이나 급식비 지원, 학비 지원이 대안교육기관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교육청으로 떠넘기고, 교육청은 지원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라 등록은 했지만 재정 지원에 대한 명확한 근거 법령이 없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겁니다.
 
국회가 대안교육기관 지원 법안을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방치한 사이 대안교육기관은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고양자유학교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지난 2018년 고양시 일산동구청은 대안교육기관인 고양자유학교가 '학교'가 아니라며 '근린생활시설 및 노유자시설'로 허가했습니다. 
 
그런데 '학교가 건축물 용도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민원을 접수한 일산동구청이 2022년 5월 고양자유학교에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노유자시설(아동복지 및 노인복지시설)에서 교육행위를 하는 것이 건축법 위반이기 때문에 원상복구하라는 통보입니다.
 
'대안교육기관법'을 통해 법적 지위를 얻었음에도 '학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책상 등을 철거하라는 겁니다. 결국 법의 사각지대 놓이면서 100여명의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터전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해 고양자유학교 관계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행법상 보전관리지역 안에서 건축할 수 있는 건축물은 교육연구시설 중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인데,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라 대안교육기관도 여기에 포함하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한편 4·10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강 의원은 "헌법에 국가가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음에도 대안교육기관이라고 재정 지원이 안 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22대 국회에서 대안교육기관 재정 지원을 위한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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