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집이 없는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지만 주거 불안을 해결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은 뜨뜻미지근하다. 정책이 실종된 국정감사는 빈수레만 요란한 채 끝났고,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는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서민주거특위는 이달 말 국토교통부 등 정부 관계부처와 회의를 열어 1차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다. 여기에는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을 낮추고,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임대차등록제 등 '알맹이'는 빠질 전망이다. 정부·여당이 '반시장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면서다. 특위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 대립이 워낙 심해서 우선 합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 처리하고 연말까지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지난 1월 활동을 시작한 특위가 실질적 대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하는 전월세 상한제를 '가격 통제'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전월세 계약 기간을 2년에서 '2+2'년으로 늘리자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도 마찬가지다.
여당이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특위는 '반쪽짜리 위원회'에 그치고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말 분양가상한제 일부 폐지 등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키면서 전월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특위를 꾸렸다. 그러나 야당이 요구하면 정부·여당이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태생적 한계' 탓에 활동은 지지부진하다. 특위는 상반기에 공청회와 전체회의 등 7차례 모임을 가졌으나 여야 의원 18명의 출석률은 저조하다. 실제로 6월20일 공청회에 새누리당 의원은 9명 가운데 간사인 김성태 의원만 참석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당시 "서민 주거 안정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6월로 기한이 끝난 특위가 연말까지 활동을 연장했지만, 기대감이 높지 않은 이유다.
국정감사에서도 '주거 안정'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은 여전했다. 전월세난 해소는 방치됐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나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은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실련은 지난 12일 국감을 평가하는 자료를 내고 "주거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정부와 여야 모두 해결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다. 세입자, 서민의 주거 불안을 낳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엄중한 비판과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특히 전월세난 해소에 관한 논의는 비중이 너무 적었다. 서민 주거 안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방치한 한심한 국감"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장기적 대책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펴낸 '주거안정 사업 평가' 보고서에서 "장기 공공 임대주택 재고는 전체 주택 재고의 5.5%(2013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전세 가격을 안정시키거나 임차인의 지불 가능성을 높이는 중장기적이고 사전적인 대책은 저렴한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전세자금 지원과 주택공급 정책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분양 위주 지원에서 벗어나 시장 수요를 감안해 임대 지원으로 전환하고, 월세 지원 확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예산과 사업구조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가 활동을 재개한 첫날인 지난 9월3일 국회에서 전체회의가 열렸다. 특위는 연말까지 활동 기한을 연장했지만 공회전만 거듭하면서 실질적 대책을 내놓을지도 불투명하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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