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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분양, 10월 과열 공급 '경고등'
이달만 10만 가구 홍수, "외부 악재로 한순간 냉각될 수도"
2015-10-12 15:40:45 2015-10-12 15:40:45
"저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청약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언제 또 이런 호황기가 오겠냐', '청약통장 아낄 필요 없다'는 얘기가 돌면서 분위기에 편승해 단기시세차익을 노리는 주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많게는 억 단위의 프리미엄(웃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일단 청약을 하고보자는 분위기죠." (직장인 L씨, 42세, 남)
 
분양권 전매 등으로 단기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 청약시장에 '과열'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특히 이달 10만가구에 달하는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과잉공급에 따른 피해가 실수요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11일까지 신규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12.2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5.95대 1)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 9월 한 달 기준으로도 작년(3.52대 1)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16.76대 1로 집계됐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예금금리는 턱없이 낮고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다보니 '역시 부동산'이라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저비용(계약금+중도금 일부)으로 단기 차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규제완화에 따른 투자수요 유입 영향도 적지 않다. 작년 정부가 발표한 9.1대책에 따라 청약통장 1순위 자격요건이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6월부터는 수도권 민간택지지구 분양물량 전매제한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정부의 9.1대책으로 분양권 문턱이 낮아지면서 대내외 불확실한 실수요자는 물론, 가수요까지 분양시장으로 유입됐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달까지 분양권 거래 규모는 8만6600건이 넘는다. 계약 체결 이후 60일 내에 신고하도록 돼 있는 만큼 아직 미반영된 분양권 거래 숫자도 적지 않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지난해(10만6335건) 거래 규모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이밖에 대내외 불확실한 거시경제 상황이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임박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부진과 경착륙 우려,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 이슈 등이 모두 국내 경기에 적신호가 될 것"이라며 "때문에 최근 주택시장은 한참 만에 찾아온 회복기임에도 좌불안석의 '불편한 호황'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과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청약시장에 섣불리 가세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칫 시장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오롯이 떠안는 쪽이 실수요자라는 것이 문제다. 분양시장 과열로 높아진 청약경쟁률에 정작 실수요자들은 분양을 받지 못하고 웃돈을 더 주고 분양권을 사야하는 상황인 셈이다.
 
강태욱 KEB하나은행 부동산팀장은 "연말까지는 분양시장 과열현상이 지속되겠지만, 내년에는 미국 기준금리가 올라가고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옥죄기가 시작돼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며 "분양시장은 외부 악재가 등장하면 한순간에 냉각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부동산114에 의하면 10월 분양을 진행하는 아파트(주상복합·임대주택 포함)는 ▲서울 15곳, 2만3253가구 ▲경기·인천 44곳, 4만7982가구 ▲지방 35곳, 2만8263가구 등 92개 사업장 총 9만9498가구에 달한다. 2003년 이후 10월 분양으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기존 연중 최대물량을 기록했던 9월(6만2979가구)에 비해서는 58%(3만6519가구)가량이 증가했다. 작년 같은 달(4만5609가구)에 비해서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연간 분양물량은 2000년 이후 최대치인 45만9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흥행성공을 이어가고 있는 신규주택 분양시장에 단기시세차익을 노리는 가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청약과열 '경고등'이 켜졌다. 사진은 '다산신도시 아이파크' 견본주택 내. 사진/현대산업개발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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