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발기약 소리없는 전쟁…비아그라 VS 시알리스
남성치료제 시장 개척…라이벌에서 특허만료로 복제약 노출 동병상련
2015-10-13 10:43:59 2015-10-13 10:43:59
고개 숙인 남성들의 자신감을 찾아준다는 발기부전치료제. 화이자 '비아그라'와 일라이릴리 '시알리스'는 성기능 고민에 빠진 남성들의 해결사 역할을 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두 치료제는 시장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라이벌 경쟁이 지금의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인들의 성인식 변화 등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끼친 영향도 막대했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을 개척한 두 치료제가 이젠 특허만료로 자신을 카피해 만든 복제약 경쟁에 노출돼 닮은 꼴이다. 각자 특장점을 내세운 두 치료제의 자존심 대결에다 수십개 복제약까지 가세하면서 어느 때보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화이자제약 '비아그라(좌)'와 일라이릴리 '시알리스'.(사진제공=각사)
 
◇화이자제약/ 세계 최초 발기약 "오발탄이 적중" 
 
'비아그라'는 미국계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가 만든 최초의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다. 출시되자마자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라고 불릴 정도로 전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비아그라가 나오기 전에는 발기부전 치료는 주사요법이나 수술이 주를 이뤘다. 주사요법이나 수술은 환자의 고통과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비아그라는 간편하게 알약 하나만 먹으면 발기 개선 효과를 나타내 남성들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시킨 의약품으로 평가 받는다.
 
비아그라의 탄생 과정은 '소가 뒷걸음질치다가 쥐를 잡는다'는 말처럼 엉뚱하다. 현재는 발기부전치료제의 대명사처럼 불리지만 사실 비아그라는 애초에 다른 용도로 개발된 치료제다.
 
화이자는 1980년대 협심증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그런데 협심증 치료제 임상 1상시험에서 우연하게 발기 개선의 이상반응을 발견했다. 협심증 치료에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화이자는 아예 발기부전 치료로 연구방향을 선회해 임상을 실시했다. 그 결과 1998년 비아그라라는 이름을 단 세계 최초의 발기부전치료제가 탄생했다.
 
비아그라는 출시 10년만인 2008년에 120여개 국가에서 18억정이 팔려나갔다. 2018년 발매 20주년에는 30억정 이상이 팔릴 것으로 보인다. 실패작이 우연한 발견에 의해 성공작으로 변모한 것이다. 2000년에는 약물의 신규성을 인정받아 의학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영국 프리 갈리엥상(Prix Galien Award)를 수상했다.
 
국내 남성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1년이 최전성기였다. 실적이 400억원대(IMS데이터)까지 성장해 1000억원대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40%를 점유했다. 비아그라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도 철저한 약효와 안전성 검증에 있다. 화이자는 대규모 임상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화이자에 따르면 임상시험에선 비아그라 복용 후 71%가 30분 안에 발기를 경험했으며, 비아그라에 반응한 환자 중 86%가 30분 내에 60% 이상의 발기 강도를 보였다.
 
비아그라는 성행위 약 1시간 전에 1일 1회 투여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행위 4시간 전에서 30분전에 투여해도 된다. 14분만에 35%가, 20분만에 51%가 발기에 성공했다는 임상자료도 있다. 국내 발기부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도 비아그라는 88%의 발기력 개선을 보였다.
 
약효 발현 시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30~60분 정도다. 비아그라 복용 후 12시간째에도 45%가 발기에 성공했다는 연구사례도 있다. 환자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았다. 비아그라 발기효과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조사결과에선 환자와 배우자가 90% 이상이라고 답했다.
 
모든 약이 그렇듯이 비아그라도 주의해야 할 이상반응이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흔하게 나타나는 이상반응은 두통, 홍조, 소화불량이다. 이러한 이상반응은 대부분 일시적이고 경미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없어진다. 비아그라는 시대를 풍미했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쇠락하고 왕관을 시알리스에 넘겨줬다. 특허만료돼 복제약들이 수십개 쏟아졌기 때문이다.
 
치료제 선택이 다양해지다보니 오리지널약은 특허만료되면 대부분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복제약들은 오리지널약과 약효와 용법·용량이 동일하다. 대개 20~30% 매출 하락은 불가피하고, 심하면 50% 이상 줄어든다. 비아그라는 2014년에 135억원으로 2011년 대비 65% 감소했다.
 
대신 화이자는 시장 방어를 위해 필름형 비아그라를 선보였다. 물 없이 복용 가능해 편의성과 휴대성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환자와 의료진에게 다양한 치료옵션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비아그라는 출시와 동시에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지금까지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오리지널 브랜드의 명성과 신뢰를 지켜오고 있다"며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강력한 강직도와 높은 환자 만족도를 확인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값싼 복제약 공세에 발기약 대명사 흔들
 
수년 동안 발기부전치료제 최강자였던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2012년을 기점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약효는 동일하면서 저렴한 복제약들에게 점차 점유율을 뺏긴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비아그라 복제약 허가는 무려 50여개사 110여개 제품에 달한다. 복제약 업체들은 비아그라의 시장성을 높게 보고 치열한 영업전에 뛰어들었다.
 
비아그라 복제약 시장은 일반 의약품과는 달리 독특한 특성을 보였다. 의약품은 약의 선택권이 의사에게 있다. 환자는 의사가 고른 약을 처방받는다. 반면 발기부전치료제는 소비자의 특정 제품에 대한 지명구매가 높다는 특성을 보인다. 소비자들 사이에 정보교환과 입소문이 빠르기 때문이다.
 
비아그라 복제약 시장을 좌우한 요인은 가격이었다. 초반 저가정책을 내세운 한미약품 '팔팔'이 시장을 석권했다. 팔팔은 지난해 185억원대(IMS데이터)의 실적을 올려 135억원대의 비아그라를 넘어섰다. 복제약이 오리지널약의 매출을 역전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다.
 
이는 비아그라의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값싼 복제약을 찾았기 때문이다. 1정(50mg)당 팔팔의 가격은 2500~3000원선으로 비아그라 1만1000~1만2000원선보다 저렴하다.
 
2위 그룹의 복제약들은 팔팔과는 매출 차이가 상당하다. 같은 기간 대웅제약 '누리그라'가 23억원, CJ헬스케어 '헤라그라'가 19억원, 알보젠코리아 '프리야'가 17억원을 기록했다.
 
녹여먹는 필름형, 털어먹는 분말형, 씹어먹는 츄잉형 등 다양한 복제약 제형이 출시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필름형은 9개, 분말형은 6개, 츄잉형은 2개가 허가를 받았다. 이들 제형은 물 없이 먹을 수 있고, 복용편의성과 휴대성이 좋다는 게 장점이다. 약 복용 사실을 알리길 꺼려하는 환자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다만 이들 제형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했다. 제조공정으로 가격이 4000~5000원 정도 정제(알약)보다 다소 비싼 데다가 낯선 제형이라서 소비자들의 인식이 떨어진다는 점 등이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아그라 복제약 시장은 마케팅·영업전과 더불어 가격싸움으로 흘렀다"며 "의약품 시장은 초반 선점한 제품이 이후로도 상위권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보인다. 비아그라 복제약도 소비자의 요구를 읽고 그에 부합한 정책을 내세운 회사가 주도권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일라이릴리/ "짧고 길게" 맞춤형 공략 대성공
  
미국계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릴리는 비아그라가 독점하고 있는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3년 영국을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발매된 시알리스는 똑똑한 발기부전치료제로 알려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개발 과정에서부터 철저히 환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 성공 비결이다. 시알리스는 비아그라와는 차별화된 포지션을 공략했다. 일라이릴리는 많은 발기부전 환자들이 계획을 세워 성생활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성행위를 미리 계획하고 30분~1시간 전에 매번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것이 환자들의 불편사항이었다. 술이나 음식 섭취가 약효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번거로운 점이었다.
 
일라이릴리는 환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약효 발현 시간이 짧으면서 지속 시간이 긴 발기부전치료제를 개발했다. 시알리스는 복용 후 16분이면 발기가 가능하고 36시간까지 효과가 유지된다. 약효가 술이나 음식 섭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언제나 자연스런 성관계를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세계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선 시알리스(20mg) 복용 후 24~36시간 사이의 성공적인 발기지속률의 평균값이 68%로 나타났다. 36시간까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발기력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예 저함량으로 매일 먹는 시알리스(5mg)까지 선보였다. 발기부전치료제 매일복용법은 아무도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장기적으로 약을 복용하려는 남성들이 시알리스를 찾았다. 비타민처럼 시알리스를 매일 복용하면 혈중 약효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저함량이어서 기존 치료제에 비해 효과는 동일하면서 부작용은 발현 가능성은 낮다. 특히 성관계를 위해 한번 먹을 때보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점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시알리스가 발기부전치료제도 장기 복용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시알리스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립선비대증치료제로도 적용 질환을 넓혔다. 발기부전과 양성 전립선비대증 동반 치료제, 발기부전치료제 매일복용법은 모두 시알리스가 최초다.
 
양성 전립선비대증은 40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연령이 증가하면서 그 정도가 점차 악화되는 질환이다. 성인 남성의 약 4분의 1이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문가들은 두 질환이 동시에 나타날 확률을 절반 이상으로 추정한다. 실제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발기부전 환자 10명 중 8.5명이 양성 전립선비대증 질환을 동반하고 있었다.
 
시알리스를 매일 복용한 남성의 경우 발기력은 물론 양성 전립선비대증 증상도 유의하게 개선됐다. 배뇨증상과 저장증상을 모두 효과적으로 좋아졌다. 두 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거나 예방 차원에서 시알리스를 찾는 환자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발기부전이나 양성 전립선비대증 중 한가지 질환이 있다면 다른 질환도 함께 가지고 있거나 앞으로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알리스는 국내에서도 2003년 출시돼 큰 사랑을 받았다. 2002년 이후부턴 비아그라의 매출을 앞질러 줄곧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255억원(IMS데이터)어치가 팔렸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약효와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비아그라의 왕좌를 뺏고 탄탄대로를 달리던 시알리스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2012년 복제약 공세에 매출 하락을 경험한 비아그라와 마찬가지로 지난 9월 특허만료됐기 때문이다. 자신을 카피한 수십개 복제약들이 일제히 시장에 쏟아졌다. 특허만료에도 일라이릴리는 오리지널로 환자와 의료진에게 신뢰를 받아왔던 만큼 특허만료에도 지속적인 선택을 받을 것으로 자신하는 모습이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시알리스가 선두 자리를 오랜 기간 유지해온 것은 매일복용법과 양성 전립선비대증 적응증 추가 등을 통해 비뇨기과에 특화된 대표적인 발기부전치료제로 자리잡아왔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보다 나은 치료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 1위 등극도 잠시 특허만료로 동병상련
 
일라이릴리의 시알리스는 올해 의약품 시장을 뜨겁게 달군 주인공이다. 지난 9월 특허만료로 수십개 복제약들이 출시됐다. '비아그라' 복제약 1위인 제2의 팔팔 만들기에 업체 간에 영업전쟁이 진행 중이다.
 
13일 IMS데이터에 따르면 시알리스는 지난해 250억원대 실적을 올렸다. 1000억원대 시장에서 25%를 점유해 1위를 달리고 있다.
 
복제약 허가는 60여개사 160여개 제품으로 비아그라 복제약 허가수를 넘어섰다. 시알리스 복제약 시장도 비아그라처럼 과당경쟁이 연출되고 있다. 저가정책, 물량공세 영업, 정제·분말 등 다양한 제형, 브랜드 이미지 등이 키포인트다.
 
시알리스의 약값은 1정(10mg)에 1만4000~1만6000원 정도다. 복제약들은 대체로 3분의 1 정도인 4500~5500원의 가격을 형성했다. 일부 업체는 1500~2500원까지 초저가의 복제약을 출시하기도 했다. 1000억원대 밑으로 복제약 출시를 검토 중인 업체도 있다.
 
복용편의성과 휴대성을 앞세운 필름형, 분말형, 츄잉형 등 다양한 제형도 출시됐다. 필름형은 18개사, 분말형과 츄잉형은 각각 1개사가 허가를 받았다.
 
톡톡 튀는 이름 짓기도 주목을 끌었다.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을 그대로 받아먹는 것보다 발기부전치료제의 경우 환자가 특정 약물을 지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잘 지은 제품명은 자체로 마케팅 효과를 발휘한다.
 
비아그라 복제약들에 팔팔(한미약품), '누리그라(대웅제약)', '헤라그라(CJ헬스케어)', '해피그라(삼진제약)' 등 이색적인 제품명이 붙은 이유다. 시알리스 복제약들은 '구구(한미약품)', '센돔(종근당)', '그래서(안국약품)' 등 확 튀는 작명이 주를 이뤘다.
 
통계 데이터상에선 종근당과 한미약품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특허만료일인 9월4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집계한 유비스트 데이터에 따르면 종근당 '센돔'이 2만3500여건의 처방량으로 1위를 달렸다. 이어 한미약품 '구구'가 2만2600여건으로 2위를 달렸다. 오리지널인 시알리스는 1만9000여건으로 3위로 밀려났다.
 
업계 관계자는 "시알리스의 시장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복제약 경쟁이 치열하다"며 "팔팔처럼 특정 복제약으로 매출이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안녕하세요 잘­보고 갑니­다 남­성­제­품 필요­하시­면 여­기 방문해­주세­요. https://vn77.kr

2023-07-18 15:15 신고하기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