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정부의 '회전문 인사'가 역사왜곡 우려를 키우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고치며 이른바 '건국절'론을 받아들인 교육과정 연구 책임자를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으로 나올 때 편찬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히면서다.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교육부가 역사과 교육과정 개발 정책연구 책임자인 진재관 박사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에 임용했다"며 "정부가 원하는 대로 교육과정을 만들었으니 대통령 뜻을 받들어 교과서도 만들라는 회전문 인사"라고 지적했다.
진 박사는 역사과 교육과정 개발에서 정책연구를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어진 1차 연구와 지난 5월 시작된 2차 연구에서 모두 책임자를 맡았다. 그 사이 교육부는 5월28일 진 박사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에 임용했다. 개방형 직위인 편사부장은 한국사 교과서가 정부·여당 의도대로 국정화하면 편찬을 총괄하는 자리다. 정 의원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이던 진 박사는 1차 연구를 마치자마자 교육부 장관의 낙점을 받아 영전되고, 바로 2차 연구를 맡았다"며 "박근혜 정부는 이제 그에게 국정 교과서 업무까지 주려고 한다"고 했다.
역사과 교육과정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고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지난 5월 공개된 교육과정 1차 시안과 지난달 3일 토론회에서 발표된 2차 시안에는 모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란 표현이 쓰였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고시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는 '정부'가 빠진 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기됐다. 불과 20여일 만에 정부 수립이 건국으로 뒤바뀐 셈이다.
이를 두고 대한민국이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한 헌법을 위배하는 것이자,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보는 뉴라이트 학자들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의원은 "정부 수립을 왜곡한 것만 봐도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했을 때 어떤 교과서가 만들어질지 짐작할 수 있다"며 "박근혜 정부는 회전문 인사와 역사왜곡으로 역사에 죄를 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의당 정진후 의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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