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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보신주의 타파해야" 박근혜 대통령 ‘금융개혁’ 강조
금융권은 '피로감' 호소…"정치·관치금융이 문제"
2015-10-05 17:08:45 2015-10-05 17:08:45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4대 개혁’ 중 금융개혁을 강조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경제의 혈맥인 금융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낡고 보신적인 제도와 관행은 과감하게 타파하고 시스템 전반에 경쟁과 혁신을 불어넣어야 한다"며 금융부문의 개혁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20여년간 신규 진입이 없었던 은행 시장에 인터넷 전문은행 진입을 허용하고 크라우드 펀딩 같은 다양한 핀테크 금융을 육성하면서 계좌 이동제와 같이 금융 소비자의 은행 선택권을 강화하는 과제들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어 “금융개혁은 담보가 아니라 기술평가 등을 통해서, 그리고 IT 기반을 둔 새로운 기법으로 새로운 피가 우리 경제 혈맥에 흐르게 한다는 데 목표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를 언급하며 "우리나라 종합순위는 140개국 중 26위로 전년도와 같았지만 노동부문은 83위, 금융부문은 87위로 여전히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며 "두 부문이 우리나라 종합 순위를 끌어내리고 있고, 노동과 금융부문은 4대 개혁 중 중요한 두 가지 개혁이다. 이것이 얼마나 필요하고 절실한 문제인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은 ‘개혁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지금까지 경기부양 정책을 금융권이 도맡아 진행했는데 또 ‘금융 보신주의’를 지적하고 있으니 어떤 개혁을 더 바라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은행권은 대통령과 장관들이 ‘한국경제에서 금융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질타하자 작년 내내 이른바 ‘창조금융’(기술금융)에 집중했다. 은행연합회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잔액 기준 기술신용대출 실적은 41조809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기술금융을 시작한 이후 불과 1년만의 실적이다. 금융당국이 ‘은행 혁신성 평가’에 기술금융 대출 실적을 포함시키면서 무분별한 양적 확대를 유도했는데 앞으로 이 부분에서 얼마나 부실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정부가 각종 ‘개혁’을 내세울 때마다 금융권에 솔선수범을 바라는 것도 피로감을 더하고 있다. 이미 노동개혁 부문에서도 금융권은 적극 부응하고 있다. 최근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 경영진은 정부의 청년고용 확대에 이바지하겠다며 연봉을 자진 반납해가면서 분위기를 조성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 채용계획을 모두 마련한 상태에서 추가로 인력채용 요구가 들어오면서 금융사들은 채용계획을 급히 수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치금융이나 관치금융을 솎아내지 못한 금융개혁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부행장은 “지배구조를 강화한다고 CEO의 경영권을 제약하는 제도는 내놓으면서 사외이사나 이사진들의 인사에서 정부 인사가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하면서 금융 보신주의를 질타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황준호·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금융부분 개혁을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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