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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윤정숙 늘푸른직업재활원 원장"사회적기업의 생존, 정부와 대기업의 판로 지원이 열쇠"
직원 70% 이상이 중증장애인…'취업'과 '재활'을 동시에
2015-09-25 06:00:00 2015-09-25 06:00:00
청년실업 100만 시대, 청년 실업률이 두자릿 수를 넘어서면서 취업난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청년실업률(15∼29세)은 10.2%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는 더욱 부족한 게 현실이다.
 
늘푸른직업재활원은 장애인 가운데서도 지적 장애를 가진 중증장애인 고용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보호장으로 역할을 하며 취업과 재활의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기 위해서다.
 
늘푸른직업재활원은 중증장애인 30명과 비장애인 11명을 포함해 총 41명이 근무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으로, 복사용지, 재생토너, 감열지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10년 넘게 장애인들에게 일자리 제공
 
늘푸른직업재활원은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는 윤정숙 원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재활원을 이끌고 있다. 윤 원장은 "장애라고 하는 것 자체가 다름이고, 비장애인이 봤을때 충족되지 못하는 것들이 당연히 많다"며 "하지만 이 일 자체가 그것을 감안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윤정숙 늘푸른직업재활원 원장. 사진/늘푸른직업재활원
 
현재 장애인 고용의무제도에 따라 50인 이상 사업주는 근로자 총수의 2%~3%에 해당하는 장애인근로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마저도 장애인 채용을 외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애인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늘푸른직업재활원이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으로서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10년간 규모의 성장도 이뤄졌다. 우선 고용인원과 인건비가 늘었다. 초반 18명에 불과했던 장애인 고용인원은 현재 두배 가까이 늘어 30명 정원을 채웠다. 시설규모도 커졌다. 규모도 2배 가까이 넓히며 복사용지, 재생토너, 감열지, 임가공업을 처리하는 각각의 공간을 완성했다.
 
2011~2012년에는 재활원 내 매출 성장폭도 컸다. 윤정숙 원장은 "매출이 늘면서 고용도 늘고 급여도 높아졌다"며 "전 직원에게 설과 추석 명절에는 보너스도 각각 50%씩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간 성장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장애인 직원들의 업무 능력이다.
 
"처음에는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었어요. 그런 친구들이 반복학습을 하면서 지금의 업무를 익힌 것이죠. 복사용지의 경우는 제작하는 것부터 100% 장애인 친구들의 수작업으로 이뤄집니다. 10년 동안 그만큼 성장이 이뤄진 것이죠."
 
윤 원장을 찾은 날도 재활원은 일반 작업장과 다를 바 없이 직원들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분주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재활원에서 일한지 대부분 7~8년이 됐다. 한번 취직하면 그만두는 일이 거의 없다보니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는 실수가 없을 정도로 숙련됐다.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지만 지적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놀라운 결과인 셈이다.
 
복사용지의 경우 원지가 입고되면 크기에 맞게 재단을 한다. 이후 내피 포장에 이어 박스 포장까지 마친 후 배송이 이뤄지는데, 이 과정을 모두 중증장애인 직원들이 맡아 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복지사 3명이 이들의 작업을 돕는 동시에 재활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윤 원장은 품질에 있어 자신감을 내비쳤다. 100% 중증 장애인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복사용지의 경우 어떤 제품과 비교해도 품질에 있어 뒤쳐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반복하는 과정을 수년 거치면서 얻은 값진 결과물이다.
 
재활원에서 일하는 장애인 중에는 직업 훈련을 통해 성장한 후 대기업으로 취직한 이도 있다. "천안의 한 대기업으로 취직한 친구가 있는데 휴가 때 월급으로 음료수를 사들고 찾아왔어요. 와서 작업도 도와주고 밥도 같이 먹었죠. 이럴 때가 가장 뿌듯합니다." 윤 원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늘푸른직업재활원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작업하는 모습. 사진/늘푸른직업재활원
 
◇재활원 운영, 매출에 의존…낮은 마진율은 장벽
 
늘푸른직업재활원의 운영은 전적으로 매출에 의존한다. 지자체에서 운영비를 보조 받고 있지만 액수는 미미하며, 후원금도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때문에 매출을 늘리며 기업 스스로 생존해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규모의 경제 시대에 장애인 직원들의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생산품이 시장 경쟁에서 살아 남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다른 곳들은 자동으로 공장이 돌아가지만 우리는 수작업이기 때문에 단가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원재료 등 단가도 올라가고, 때문에 마진율도 낮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늘푸른직업재활원에서 장애인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시장 평균 단가 대비 1.5배 높다. 때문에 입찰이나 공개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시장경쟁도 치열해졌다. 당초 복사용지를 만드는 시설은 10여개 정도였으나 현재 50여개로 늘어나면서 매출 감소폭이 커졌다. 또 전국적으로 주문 받던 것도 지역내 시설이 생기면서 주문량이 분산되며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단순 포장하는 임가공업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재활원에서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복사용지는 900박스 가량이다. 하지만 생산량이 판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임가공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매출이 유지되어야만 인건비, 임대료, 자재값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부분 매출 턱없이 작아…인식의 변화 필요해
 
이처럼 늘푸른직업재활원과 같은 사회적기업은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정부과 기업의 지원이 절실하다.
 
"사회적기업 태동 자체가 넉넉한 곳이 아닌 부족한 곳에서 시작한 만큼 성장할 수 있는 틀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 틀은 인건비 지원 등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은 프로세서를 지속발전가능하게 해주는 지원이 필요하죠."
 
윤 원장은 사회적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 판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판로를 마련해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의 열쇠는 대기업이 가지고 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일반 대기업이 사회적 공헌 활동 차원에서 판로를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비록 단가가 높을지라도 사회적 명분으로 사용해줘야 우리 같은 사회적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늘푸른직업재활원의 전체 매출 가운데 기업부분 매출은 7% 수준에 불과하다.
 
재활원의 과제는 '현상 유지'다.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2012년 이후 매출은 줄곧 내리막이다. 더이상 매출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재활원의 목표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겠다는 계획보다는 현상 유지가 시급합니다.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현재 상태에서 성장은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윤 원장은 10년동안 늘푸른직업재활원이 성장해온 것처럼 정부와 대기업의 협조가 이어져 더 많은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보호의 장으로 자리를 이어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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