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韓총리의 말실수..소버린펀드가 국부펀드?
2009-07-07 14:29:44 2009-07-07 19:26:18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지난 6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녹색성장위원회 4차 회의가 한창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녹색성장위원회는 오는 2050년까지 한국을 세계 5대 녹색강국에 올려놓겠다며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 등 4개 안건을 발표했다.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성장전략이다. 그런만큼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 녹색성장을 가꾸기 위한 다양한 토론이 벌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대학교수는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국부펀드를 많이 끌어들여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그러자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이 교수의 제안을 거들고나섰다.

 

한 총리는 "소버린 펀드 같은 국부펀드가 많이 많이 들어와야 녹색성장이 잘 될 것"이라고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했다는 전언이다.

 

그 순간. 회의장은 일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소버린 펀드 같은 국부펀드?'

 

소버린 펀드는 국내 굴지의 SK그룹을 뒤흔들었던 사모펀드(PEF) 이름. 

 

지난 2004년, 국내 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주) 지분 8.6%를 확보하며 경영참여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소버린측은 "SK(주)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SK측을 아연케 했다. 당시 SK(주)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은 고작 0.72% 수준이었다.

 

이후 소버린은 SK(주) 지분의 14.99%를 추가로 확보하며 최 회장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이때부터 소버린과 최회장은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지분경쟁에 돌입한다. 결국 최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2005년까지 SK(주) 주식 25만3648주를 사들인다. 금액으로는 133억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른바 '소버린 사태'라 불리는 일련의 과정은 해외자본이 국내 재벌그룹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한 첫번째 '사건'으로 남아있다.

 

한 총리가 이 펀드를 `국부펀드`로 말한 이유는 확실치 않다. 

 

국부펀드는 영어로 'sovereign wealth fund'다. 한국어로 발음하면 '소버린'이라는 말이 들어간다. 영어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한 총리가 습관적으로 영어를 썼는데, 참석자들이 `Wealth`발음을 못 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그 경우도 `소버린펀드 같은 국부펀드`가 아니라 `소버린웰쓰펀드`로 말해야 문맥이 맞는 것도 사실이다.

 

참석자들 사이에 한 총리가 SK를 공격했던 소버린펀드를 국부펀드로 오인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총리는 사실 '소버린' 때문에 이미 곤욕을 치렀었다.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부랴부랴 지분을 매입할 당시 소버린측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인사청문회 당시 이같은 '전력' 때문에 야당측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돈의 '국적'을 따지는 것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어쨌든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외국계 사모펀드의 고위직을 지낸 것은 공직자의 윤리의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한 총리의 `소버린펀드`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였다 치더라도 `한 나라의 총리로서 더 신중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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