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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스토리)글로벌 억만장자들의 '스페이스 오딧세이'
엘론 머스크·제프 베조스 등 '우주관광사업' 추진
우주여행 아니더라도 인공위성 발사로 수익추구
2015-09-22 14:51:49 2015-12-01 11:40:38
지난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우주개발을 위해 만든 비공개 회사 '블루 오리진'을 통해 향후 5년 안에 로켓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러틱'이 이끄는 우주 전쟁에 베조스도 본격적인 참여를 선언한 것이다.
 
이들 IT 거인들은 지난 2000년대 초반 나란히 우주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넘치는 재력을 주체하지 못하는 억만장자들의 괴상한 취미생활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불과 십여년만에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을 운송하는 셔틀을 운영할 정도로 이들의 사업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사고에도 굴복하지 않는 '우주 개척자들'
 
현재 민간 우주개발 사업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것은 스페이스X다. 엘론 머스크가 지난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는 화성 식민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민지 건설에 가장 중요한 기술은 한번에 많은 물자를 저렴한 비용으로 수송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페이스X는 53t의 무게를 쏘아 올릴 수 있는 '펠콘헤비' 로켓을 개발중이다. 펠콘헤비는 내년 봄 첫 발사를 앞두고 있다. 비행 단가를 낮추기 위해 재사용 가능한 로켓도 실험중이다. 로켓을 재사용하면 발사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올 1월과 4월 바다 한가운데 띄운 무인선박에 로켓의 수직착륙을 시도했는데 당시 로켓은 선박에 닿기는 했으나 착륙에는 실패했다.
 
현재 미 항공우주국(NASA)에 화물을 운송하고 있는 '펠콘9'은 지난 6월 무인우주선에 물자를 싣고 이륙하다 2분 만에 폭발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이달 초 7명을 태울 수 있는 유인우주선 '드래곤' 캡슐 모습을 최초로 공개하는 등 우주개발 사업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버진갤러틱도 지난해 사고에 굴하지 않고 우주관광 사업을 추진중이다. 지난 2004년 만들어진 버진갤러틱은 저궤도 우주여행 상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추진체인 화이트나이트2 로켓이 우주선 스페이스쉽2를 1500m 상공까지 끌고 가면 그 곳에서 로켓과 우주선이 분리돼 우주관광이 이뤄진다. 작년 10월 시험비행에서 우주선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예약자가 빠져나가는 등 타격을 입기도 했다.
 
우주관광사업은 잠시 뒤로 미뤄졌으나 브랜슨은 이달 초 소형 인공위성 발사 사업 계획을 수정 발표하는 등 우주 사업을 계속 진행중이다.
 
제프 베조스는 지난주 블루오리진에 2억달러를 투자해 5년내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로켓 발사를 위해 미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 있는 발사시설도 임대했다. 블루오리진도 우주여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조스는 "개인적인 꿈은 우주에 있는 인간을 향한 것"이라며 승객과 화물을 쏘아 올리기 위한 매우 유능한 상용 우주선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저궤도 비행을 하는 캡슐 '뉴세퍼드'는 지상 및 공중에서 무인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재사용 궤도 우주선에 대한 세부사항은 내년에 공개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은 초대형 비행기에서 우주선을 발사하는 '스트래토랜치 시스템'을 추진 중이다. 비행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우주선을 발사하면 그만큼 궤도까지의 거리가 짧아져 발사에 필요한 연료를 줄일 수 있다. 날개폭만 117m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비행기는 내년 첫 비행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괴짜들의 취미인가, 차세대 사업인가
 
일부에서는 우주를 향한 억만장자들의 러브콜을 두고 "남자아이들의 장난감"이라는 냉소를 보낸다. 억만장자의 수집품 목록에 슈퍼카와 요트, 비행기에 이어 우주선이 추가됐을 뿐이라는 것으로 자기만족 내지는 과시용으로 우주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우주사업은 돈이 된다. 우주관광의 경우 아직까지는 상용화 단계는 멀었으나 우주로 물자를 수송하고 상업위성 발사를 도우며 상당한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는 현재 60개 임무를 수행하는 조건으로 7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건당 약 1억달러 이상을 받고 우주 수송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스페이스X의 '펠콘9' 로켓 모습. 사진/로이터
 
상업용·학술용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업체들도 이들의 주요 고객이다. 매년 70~150건에 불과하던 인공위성 발사 건수는 지난 2013 년에는 200건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300건으로 급증했다. 컨설팅업체 틸그룹은 지난해 위성발사 시장 규모가 19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현재도 통신위성을 하나 발사하는 데에는 2억달러 이상이 든다. 돈이 있어도 차례가 오기까지는 수년씩 기다려야 한다. 비교적 저렴한 운임을 제공하는 러시아의 드네프르 로켓을 이용하는 데에도 평균 1200만달러가 필요하다. 인터넷 핫스팟을 제공하거나 날씨를 추적하는 용도의 소형 위성은 1만달러 규모면 개발할 수 있으나 발사에는 여전히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버진 갤러틱의 리처드 브랜슨은 지난 2012년 우주선 발사 계획을 공개하면서 "처음에는 인공위성에 대한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으나 어느 순간 우리가 인공위성을 위한 최고의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버진갤러틱의 위성발사체는 폭발사고를 겪었던 스페이스쉽2와는 다른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중으로 시범비행을 할 예정이다.
 
위성발사 시장에는 이들 억만장자 이외에도 다양한 경쟁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민간 우주업체인 '로켓랩'은 대형 로켓에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스타트업 기업과 대학 연구실 등을 겨냥해 18m짜리 경량로켓을 490만달러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우주항공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보잉사도 미 국방부 연구소와 계약을 맺고 F-15전투기에서 위성을 발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 의회가 국방위성에 러시아 엔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주문하면서 해당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 정부의 우주발사 사업 파트너인 ULA가 최근 기존 공급사의 20억달러 규모 계약을 퇴짜 놓은 것과 관련해 "블루 오리진의 엔진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ULA는 이미 블루오리진에 2019년 발사할 불칸로켓에 사용할 BE-4 엔진 생산을 늘릴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지구 망가뜨리고 떠나나" 비판도
 
일부에서는 억만장자들의 이같은 우주 개척정신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지구의 환경을 파괴해놓고 무책임하게 우주로 떠난다는 지적이다. 가디언은 "이들은 매우 부유한 사람들을 위해 우주여행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여행의 한계가 확대되면 그 여행의 혜택을 보는 부유한 사람뿐만 아니라 여행을 하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행의 한계선이 넓어질 때마다 이동을 위해 필요한 화석연료의 사용량도 많아지고 이는 환경파괴로 이어진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빠르고 안락해진 여행의 편의조차 누리지 못한채 온갖 공해를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가디언은 "일부 부자들은 손해가 날 것으로 우려되면 환경문제를 무시해버리는데 이는 그들이 우주선을 타고 떠날 용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며 "우주여행의 명시적인 목적이 망가진 지구를 버리고 탈출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결국엔 그렇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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