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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약 키운다던 동화약품, 매출 '뒷걸음질'
4년만에 반토막…"일반약 출신 경영진이 문제"
2015-09-23 06:00:00 2015-09-23 06:00:00
동화약품(000020)의 전문의약품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출신 CEO을 연이어 선임해 전문의약품 사업 확대에 매달렸지만 체질 개선에는 실패했다. 다국적 제약사 CEO가 퇴진한 자리에 일반의약품 부문 내부 출신을 내세워 전문의약품 사업이 더욱 고전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22일 IMS데이터에 따르면 동화약품의 전문의약품 실적은 지난해 306억원으로 2011년(599억원) 대비 49% 감소했다. 일반의약품 매출은 2014년 839억원으로 2011년(827억원) 대비 1% 증가해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실적 감소는 전문의약품 매출을 이끌던 주력 품목들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스타(87억원에서 36억원)', 소염진통제 '록소닌(68억원에서 34억원)' 등이 4년만에 매출이 반토막났다.
 
동화약품은 1897년도에 설립된 국내 최초의 제약사다. 1990년대에는 동아제약에 이어 제약사 순위 2위를 기록했다. 동화약품이 상위사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소화드링크제 '까스활명수', 연고제 '후시딘', 감기약 '판콜' 등 일반의약품에서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9년 의약분업을 기점으로 동화약품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의약분업은 처방은 의사로 조제는 약사로 의료 역할을 분할하는 정책이다. 의약분업으로 약국을 찾던 환자들은 병원으로 이동했다. 제약산업도 전문의약품 중심으로 재편됐다. 2000년에만 해도 전체 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의 생산비중은 60% 수준이었으나, 의약분업을 기점으로 매년 점유를 높여 2009년에는 80%를 넘어섰다.
 
일반의약품이 주력이었던 동화약품은 제약산업의 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2014년에는 15위권까지 밀려났다. 동화약품은 뒤늦게 전문의약품 사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다국적 제약사 출신 영업·마케팅 전문가들도 CEO로 영입했다. 2012년 대만·홍콩 얀센 총괄사장을 거친 박제화 전 대표, 2013년 한국화이자제약 영업·마케팅을 총괄한 이숭래 전 대표가 연이어 CEO로 선임됐다.
 
하지만 오히려 전문의약품 사업은 퇴보하는 양상이다. R&D에 투자했지만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은 경우가 전무했다. 2001년에 자체개발 항암제 신약 '밀리칸주'를 선보였지만 시장성이 떨어져 2012년 시장에서 철수했다. 2007년 미국 P&G사와 골다공증치료제 수출 계약을 맺었지만 막판에 백지화됐다.
 
정신과의사 출신인 오너 2세 윤도준 회장이 전문팀을 구성해 정신약 약물 시장 확대를 추진했으나 실적은 미미하다. 전문약 사업 부진에 대해 경영진에 문제가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일반의약품 출신 임원들이 실권을 잡고 전문의약품 사업에 대한 육성 의지가 약하다"며 "파격적인 조직 개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에는 오희수 일반의약품 사업부 상무가 직무대행으로 신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다시 사업 방향을 일반의약품으로 선회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사업과 R&D 결과는 장기적으로 지켜봐 달라"며 "전임 대표는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을 표명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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