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하고 핵실험 가능성까지 언급한 가운데 한국 정부는 북한을 직접 설득해 자제시키는 예방외교보다 장외 압박과 경고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로켓 발사 강행을 거듭 암시하고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행동’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한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14일 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암시한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이 국제사회의 엄중한 경고에도 전략적 도발을 했을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신속하고 효과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안보리 이사국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긴밀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한 후에 정부의 대응 방식을 언급하는 것을 꺼려하는 외교부로서는 보기 드문 발언이었다.
이어 나온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의 말도 강경 일변도였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6일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회담을 가진 후 "북한의 위성 발사는 공공연한 핵무기 개발의 연장선에서 핵무기 투발 능력을 고도화가 위한 시험으로 간주한다"며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강행할 경우 유엔 안보리 추가 조치를 부르고 더욱 더 심각한 고립의 길을 자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7일 ‘한미 친선의 밤’ 축사에서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감행해 올바르지 않은 선택을 할 경우 "반드시 후과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최근 개최된, 그리고 앞으로 개최될 한·중, 한·유럽연합(EU), 미·중, 한·미·일 및 한·미 고위급 회담들을 통해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오판하지 말고 우리의 결의를 시험하지 말라는 분명하고 일관적인 메시지를 보내왔고 앞으로도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빈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 참석한 조태열 외교부 2차관도 15일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추구가 용인될 수 없음을 강하고 명확하게 한목소리로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이처럼 대북 압박에 치중하는 가운데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튀는 발언’이 더해졌다. 케리 장관은 16일 “이란이 (핵협상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도록 도운 것은 광범위하게 적용된 제재였다"면서 북한에 대해 "합법적인(legitimate) 경제가 전적으로 부재하기 때문에 제재보다 더한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제재보다 더한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의 정상적인 무역까지 금지하는 초강력 제재나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압박 등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8일 논평에서 "국제법적으로 공인된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인 평화적 우주개발을 걸고 드는 것이야말로 우리에 대한 용납 못할 도발"이라며 로켓 발사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19일에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핵무기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조선 민족의 안전을 지켜내는 만능의 보검"이라며 "핵무기 사용 여부에 대해 구태여 언급한다면 그 모든 것은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8·25 남북 고위급 합의에서 약속한 당국회담을 조속히 열어 북한으로 하여금 로켓 발사를 단념하도록 하는 예방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는 10월 말 이산가족 상봉 후에나 당국회담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달 말 유엔 총회와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등을 계기로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 공조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9월 6일 북한 서해 미사일발사장을 촬영한 위성사진. 미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가 지난 15일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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