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앞두고 전산시스템을 차단하고 컴퓨터를 초기화하는 등 조직적으로 자료를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은 롯데마트 영업기획팀이 지난 2013년 8월22일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에 대비해 팀장급 관계자들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을 17일 공개했다.
공개된 이메일에는 "9월 초로 예상되는 공정위 직권조사 대응 체크리스트"라며 "전자결재 등 주요 전산 차단 준비"라는 내용이 나온다. 내부 영업지시와 실시간 매출·이익 집계, 계약서 등이 저장된 전산 시스템을 공정위 조사 전에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이 강 의원의 주장이다.
각 부서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들을 완전 초기화하라는 지시도 있다. 같은 달 말 롯데마트는 "퇴근 후부터 모든 컴퓨터를 대상으로 포맷을 진행한다"는 사내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 제목에는 '확인 후 삭제'라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공정위가 지난 5년간 롯데마트를 4차례 점검했지만, 자료 은폐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롯데마트를 제재한 사항을 보면 시식행사 판매촉진 비용 전가, 스포츠 행사 협찬금 요구 등 단편적 적발뿐이었고, 1건당 평균 4억67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공정거래법은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지만, 이같은 내용은 제재 의결서에 담기지 않았다.
강 의원은 "공정위가 유통업계에 만연한 불공정행위를 뿌리 뽑지 못하는 것은 롯데마트처럼 조직적으로 자료를 은폐하고 조사를 방해하는 것을 적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문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담당 부서가 경각심을 주려고 쓴 표현"이라며 "컴퓨터 초기화는 정보 관리 차원에서 평소에도 수시로 한다.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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