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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중국 경제불안에 대비하는 자세
2015-09-15 06:00:00 2015-09-15 06:00:00
중국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2014년부터 경제성장률의 추세적 하락현상을 보여왔다. 2000년대 후반 10%를 상회하던 경제성장률이 2012년 7.7%를 기록하였고 2014년에는 7.4%로 추락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를 달성하기가 그리 쉽지 않아 보이는데, 이마저도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라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많다. 중국경제가 위기상황으로 가게 된다면 국내에는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그 여파가 직접적으로 넘어온다. 위기상황을 대비하여 금융시장의 취약한 부분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금융시장은 자금흐름과 관련된 다양한 위험(risk)을 관리·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금융시장은 종종 경제위기의 분출구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금융시장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중에서 특히 위기상황과 관련성이 큰 곳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다소 의외의 영역인 단기금융시장이다. 단기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상환까지의 만기가 매우 짧은 금융상품들이 거래되는 시장이다. 통상 만기가 1일~3개월정도의 금융상품거래가 주종을 이루는데, 기업어음(CP)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전자단기사채 등이 대표적 상품이다.
 
단기금융시장은 일반대중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시장이 아니다. 만기가 짧은 자금이 대규모로 거래되는 특성상 일반투자자들의 참여는 지극히 제한적이며, 기관투자자들이나 금융회사를 포함한 기업들이 주로 참여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대중적인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단기금융시장은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유동성관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전체 금융시장의 인프라적인 성격을 가진다.
 
과거의 경제위기나 금융위기들을 살펴보면 그 시발점이 단기금융시장, 그중에서도 특히 기업어음시장이었던 적이 흔하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다. 미국의 투자은행(IB)이었던 리먼 브라더스는 2007년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투자손실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발행했던 기업어음을 결제하지 못하여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LIG건설의 법정관리, 2013년 동양그룹사태 등 국내 경제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들이 기업어음시장과 깊게 연결되어 있었음을 관찰할 수 있다.
 
기업어음시장이 위기의 도화선이 되어왔던 이유는 한계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은행대출이나 채권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3개월 내외의 짧은 만기로 자금조달이 이루어져서 은행대출이나 채권발행이 막혀도 기업어음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가능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최후의 순간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서 기업어음시장에서의 부도가 다른 금융섹터에 비해 유난히 자주 관찰된다.
 
중국경제에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도 국내 금융시장과의 연결고리는 단기금융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관련 사업으로부터 대규모 손실을 본 기업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가 단기금융시장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시나리오는 그 개연성이 상당하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가장 우려되는 사실은 일부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신용위기가 시장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일시적인 자금경색으로 인하여 부도상황까지 갈 수 있으며, 금융회사의 유동성위기는 금융시장 전체의 자금흐름을 더욱 나쁘게 만들어 유동성 위기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그렇다면 중국발 경제위기로부터 발생가능한 충격을 줄이기 위하여 금융시장, 그중에서도 특히 단기금융시장에서는 어떤 대비가 필요한 것인가? 시장의 투명성 개선과 자금흐름의 유지를 위한 안전판의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기업(또는 금융회사)이 얼마만큼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지, 그리고 해당기업의 기업정보가 투자자들에게 신속히 제공될 수 있도록 금융시장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사전적으로 인지함으로써 위기상황에서의 투자피해를 줄이는 데에 중요한 사항이다. 또한, 위기상황에서 금융회사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의 안전판 역할을 담당하는 담보부 자금거래의 안정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단기금융시장에서 담보부 자금거래의 안정성은 담보자산에 의해 일정수준 확보되고 있으나 그러한 거래안정성의 확보가 위기상황에서도 지속될 수 있게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다.
 
어느덧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7년이 지났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간격은 11년이다. 다음번 위기가 멀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지나친 비관론자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이제 위기에 대비해 취약한 섹터의 보완에 힘써야 할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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