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호불호 상관없이 ‘장기집권’ 아베 상대해야
총재 연임으로 ‘입지’ 탄탄…냉철한 외교전략 필요
2015-09-13 10:11:41 2015-09-13 10:11:41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8일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당내 7개 파벌의 지지를 얻어 무투표 당선됐는데 14년만에 일어난 보기 드문 정치현상이다. 그만큼 자민당이 ‘아베 독주체제’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유일한 상대 후보였던 노다 세이코 전 총무회장은 입후보에 필요한 국회의원 20명의 추천도 받지 못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안보법제’의 참의원 통과를 앞두고 내부 분란을 우려한 중견 의원들이 단속에 나서 아베 총리를 단일 후보로 내세웠다. 당내 민주주의조차 포기한 구태로, 자민당이 독재정당으로 변질됐다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아베 총리는 2018년 9월까지 임기가 연장되어 전후 자민당의 사토 에이사쿠, 요시다 시게루에 이어 세 번째 장기정권이 될 전망이다. 당규를 변경해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7월까지 집권할지도 모른다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일본 정치 지형에서는 이제 아베 정권을 견제할 만한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 야당은 분열되었고 야당다운 야당도 없다. 제1야당 민주당은 지지율이 6%에 그치고 있다. 언론도 양극화되었다. 우파언론은 안보법제와 중국 견제를 소리 높여 지지하고 있다. 진보언론은 아베 정권의 헌법 위반을 비난하고 있다.
 
무력한 야당과 분열된 여론을 보다 못해 시민단체가 들고 일어섰다.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약 12만명의 시민단체 회원들과 학생들, 주부들이 국회의사당 주변을 에워싸는 시위를 벌였다. 안보법제가 통과되면 자위대는 세계 어디서나 언제나 일본 정부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참전할 수 있다. 징병제 논란까지 일면서 군사 대국화를 우려하는 시민들이 하나둘씩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일본의 부활’과 ‘강한 일본’을 모색하는 아베 정권은 ‘아베노믹스’ 정책을 통한 경제 활성화, 미일동맹 강화와 중국 견제, 핵발전소 재가동을 추진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당선 후 지금까지 자신의 뜻을 절반도 이루지 못했으며,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방 상생, 저출산 고령화에서 비롯된 문제의 해결, 주변국과의 외교관계 개선을 언급했다.
 
아베노믹스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신규로 100만명의 고용을 창출했고, 올해 졸업한 고교생 대부분은 취업이 확정됐다. 지난 2년간 평균 급여 2%, 보너스 5%가 인상되었다. 그러나 성과는 제한적이다. 수도권과 대기업, 백화점은 주가 상승과 수출 증대에 따른 효과를 실감했지만, 지방 도시와 서민층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오히려 악화되었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발 글로벌 경기 악화, 2017년 소비세 10% 증세 등 앞날이 순탄치 않다. 아베 총리는 중소기업 대책, 농업 대책,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추진하고 투자 활성화와 구조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9월 이후 아베 정권의 관심은 우선 외교에 집중되고 있다. 9월말 유엔 총회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10월말이나 11월초 한·중·일 정상회담도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다. 성사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가 한국에서 만난다. 한·중·일 정상들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물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동북아 경제협력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그렇게 보면 실질적으로 한·일 정상회담이 중요하다. 처음으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해법과 양국의 현안이 어떻게 다루어질지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다.
 
아베 정권의 목표는 분명하다. 안보법제 강행 통과, 아베노믹스와 경기 활성화, 주변국과 관계 개선에서 실적을 올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는 것이다. 참의원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 여당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 평화헌법 개정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30%대로 떨어졌다가 8월 ‘아베 담화’ 발표 후 다시 40%대로 올라섰다. 일본 정치는 자민당 정치, 자민당 정치는 아베 총리의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한국 정부는 호불호에 상관없이 장기 집권이 예상되는 아베 정권을 상대해야 한다. 강한 일본을 표방하는 우파 정권을 세련되게 다루는 냉철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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